주먹구구 사업 편성 여전 ‘성인지(性認知) 사업’의 외형은 확대되고 있지만 관련 사업의 특정 부처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편성과 집행이 ‘성평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도입된 성인지예산제도의 취지와 달리 사업 내용이나 성과 목표가 잘못 정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성인지예·결산서를 국회에 제출토록 한 2010년부터 관련 사업 집행액은 ▲2010년 7조4207억7900만원 ▲2011년 10조296억3800만원 ▲2012년 11조426억300만원 등으로 연평균 20.6% 증가하고 있다. 올해 예산 규모(기금 포함)도 22조4349억원에 달한다.
해마다 성인지 사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일부 부처에 편중된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주요 부처별 성인지 사업 집행액을 보면 보건복지부가 8조3608억원으로 전체의 64.3%를 차지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2조988억원, 중소기업청 4644억원, 미래창조과학부 4501억원, 여성가족부 3554억원 순이었다.
전체 35개 기관 중 상위 5개 부처의 비중이 90.2%나 된다. 사업수도 여가부(38개), 고용부(33개), 복지부(28개), 문체부(24개), 농림축산식품부(17개) 5개 부처에 50.4%가 집중돼 있다. 나머지 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중앙예산은 물론 지방예산에도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한 선진국에 비해 국가 재정 전반에 대한 성인지적 접근이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성인지 사업 집행액 비율은 2010년 2.5%, 2011년 3.2%, 2012년 3.5%, 지난해 3.8%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가 재정운용 전반에 걸친 성인지적 접근을 위해 성인지 대상 사업의 확대와 더불어 국가재정운용계획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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