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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8선 휴게소에서 생각하는 통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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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8 00:03:36 수정 : 2014-08-18 00: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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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더불어 남북을 갈라놓은 38선은 정전 후 국경 아닌 새로운 국경으로 휴전선을 만들었다. 2차 대전 후 행정지역을 중심으로 분단했던 독일과는 달리 한반도는 일직선으로 38선을 따라 갈라졌다. 지금의 휴전선과 일치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그의 남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우리가 북으로 여행하다 자주 38선이란 표지를 보면서 분단의 시발지로서 역사의 아픈 모습에 씁쓸한 느낌을 갖는다.

동해안 속초의 38선에서부터 판문점까지의 강과 산 들판에 위치한 여러 38선 지역 가운데 포천시의 영중교 남북의 ‘38선 휴게소’는 항상 나를 한국전쟁 속으로 이끄는 듯하다. 38선으로 갈라진 전형적인 곳이 영중면의 영중교가 있는 ‘38선 휴게소’이다. 하천 남쪽에 현재 2층의 ‘38선 5각정 전망대’가 우뚝하고, 남북통일과 평화통일의 애절한 염원을 기원하는 몇 개의 석비와 특히 ‘三八線’을 새겨놓은 자연석이 눈길을 끈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분단을 알지 못하는 소가 38선인 하천을 뛰어 넘어가면 아주 난처했다는 당시 주민의 이야기는 웃을 수밖에 없는 분단의 아픔이다. 38선 남북에 농지를 가졌던 농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답답하다. 지금 매년 봄 이 지역에서는 38선 마라톤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처럼 분단된 38선을 가장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이 지역에 ‘38선 분단박물관’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 ‘38교’가 있는 동으로 약 4㎞ 지점까지의 하천을 따르는 계곡은 궁예가 패주했다는 ‘파주골’을 비롯해 경관도 뛰어나지만, 분단의 ‘38선 거리’라 부를 만하다.

1951년에 수복된 이 주변에는 2곳의 수복기념탑이 있는데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붓글씨가 인상적이다. 태국군의 참전 기념비와 전통 불교사원, 총탄의 전쟁 흔적을 간직한 벙커, 위령비와 충혼탑 등이 한국전쟁의 아픔을 말해주는 곳이다. 두 개의 군단(軍團)이 주둔하니 방어의 요지로서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머물다 가는 곳이어서 이동갈비와 포천 막걸리 등을 잘 홍보해준다.

그래도 이곳은 일찍이 수복돼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조금 북쪽의 명승지인 산정호수와 명성산에는 10세기 후삼국 궁예의 태봉왕국 역사와 전설이 얽혀 있다. 철원평야와 포천지역에서 한반도 통일의 깃발을 들었다. 왕건이 이를 계승해 고려로 통일했으니, 포천은 통일의 역사적인 땅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자부한다.

전쟁의 와중에서 숱한 상처의 흔적을 안고 있는 평화로운 이름의 땅, 산수와 자연이 아름다운 곳, 그리고 분단의 생생한 옛 자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영평천이 평화롭게 흐른다. 언제인가 바로 북쪽의 철원 평야에서 10세기 초처럼 통일의 함성이 일어나고, 민족중흥의 에너지가 다시 폭발하는 날이 오면 이곳이 원산으로 가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이고, 통일의 통로이고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배후의 도시로서 그 옛날의 영광을 되찾게 되기를 38선 휴게소에서 조용히 생각해본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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