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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통일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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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21 21:26:24 수정 : 2014-08-21 21: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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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시장화·민간경제 영역 확대 중요
우리 국민이 北주민 껴안을 준비 돼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통일을 위한 낯선 여정에 스마트하고 정확한 내비게이션”을 주문했다. 그리고 8월 13일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은 내년 초까지 통일 청사진을 담은 통일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통일준비가 대북·통일정책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3월 28일 박 대통령은 굳이 구동독 지역의 상징적 도시인 드레스덴을 찾아 이른바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했다.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구축하며, 남북 주민 간의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세 가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물론 북한당국은 이 제안을 흡수통일 획책이라고 비난하며 거부했다.

1990년 독일통일 당시 동서독 간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3배였다. 당시 서독은 세계 3대 경제대국이었다. 그리고 독일의 이른바 흡수통일은 사실 동독 주민이 스스로 서독과의 합병을 선택함으로써 이루어졌다. 물론 소련붕괴와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국제환경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였다. 우리의 통일이 독일통일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통일준비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두 측면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북한 내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삶이 크게 개선돼야 하고 북한 주민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돼야 한다. 전쟁으로 통일을 할 것이 아니라면 통일의 실마리는 북한 내부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북한 주민이 남한과의 합병을 원할 정도로 우리가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 탈북주민이 편견과 차별로 고통을 받고 우리 스스로 통일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북한 정권이 붕괴돼도 통일은 안 될지 모른다. 통일준비는 국제적 여건의 조성과 더불어 이 두 가지 문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
통일을 위해 북한이 변해야 한다면 그 변화는 북한 당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 만드는 것일 것이다. 북한 주민의 생존방식과 인식이 바뀌면 북한 당국도 어쩔 수 없이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북한의 시장화가 좋은 예다. 북한체제의 본질적인 모순으로 북한 당국의 경제적 능력은 크게 저하됐고 배급체계가 붕괴됐다. 북한의 시장화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 주민의 처절한 생존투쟁으로 생겨났고,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갖은 노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돈주’라는 이름으로 북한판 민간 기업인도 생겨나고 있고, 북한 주민 삶의 대부분이 이제 시장의 영향하에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못마땅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변화이다. 북한 당국도 이제 시장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적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통일을 위한 북한 내부 변화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시장화가 확대되고 시장을 통해 돈을 버는 주민이 늘어날수록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우리의 통일준비는 북한의 시장화가 촉진되고 민간경제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스스로를 충분히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요즘 많은 북한 주민이 한국 드라마도 보고 K-팝도 듣는다고 한다. 남한이 잘산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통일을 위해 좋은 일이다. 20대 1의 소득격차도 통일에 유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남한도 북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잘살아야 하고 더욱 인간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 대북지원이 퍼주기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많은 사람이 통일비용을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 아직 통일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탈북자, 더 나아가 북한 주민 모두를 우리 국민 모두가 진정으로 환영하며 껴안을 수 있을 때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통일준비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국내 논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매우 정치적인 과정일 것이다. 따라서 통일준비의 큰 방향과 기본을 확고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의 통일준비는 매우 긴 안목을 갖고 남북한 간에, 그리고 우리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삶과 인식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통일준비의 정도(正道)가 여기에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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