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사상황 꿰뚫고 있던 김수창…감찰본부서 흘렸나

입력 : 2014-08-21 19:06:39 수정 : 2014-08-22 00:26: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찰이 검사결과 안 알렸는데도 金 “정액 반응 없었다” 결백 주장
CCTV 판독불가도 알고 있은 듯
길거리 음란 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이 수사 초기 자신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해명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진상파악에 나섰던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수사상황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음란행위 의혹이 알려진 지난 15일 “경찰이 용의자를 잘못 알고 (나를) 체포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17일에는 서울고검 기자실을 예고 없이 찾아 “산책하러 갔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3일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신고접수 약 1시간50분 전인 12일 오후 10시10분쯤 체포 장소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물(빨간색 원 안). 김 전 지검장은 관사에서 나와 식사를 한 뒤 바다가 보이는 곳 7∼8㎞까지 산책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는데, 이 남성이 김 전 지검장이라면 동선상 거짓말이 된다.
CCTV 캡처
김 전 지검장이 혐의를 강력 부인한 데에는 초기 수사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서 초기에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화질이 떨어져 피의자 특정이 어려웠고, 김 전 지검장의 정액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온 상태였다.

김 전 지검장이 혐의를 부인한 시점은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경찰로부터 수사 초기 진행상황을 넘겨받은 직후다. 대검은 15일 오후 이준호 감찰본부장을 제주로 파견해 김 전 지검장의 체포 당시 찍힌 CCTV 영상과 조사과정에서 나온 그의 정액검사 결과를 제주동부경찰서로부터 통보받았고, 김 전 지검장은 이날 늦은 오후 기자들에게 “정액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김 전 지검장의 속옷에서 정액을 추출한 뒤 돌려보냈지만 조사 결과는 그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사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머물던 제주관사에서 21일 택배 직원이 이삿짐들을 빼내 옮기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8일 면직됐다.
제주=연합뉴스
이후 경찰이 추가로 수사단서를 확보해 수사망을 좁혀가자 김 전 지검장은 18일 사표를 제출했고, 검찰이 ‘수사를 지켜보자’며 한발 뺐다. 경찰은 앞서 확보한 CCTV 3개 외에 10여개를 추가로 확보해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중 7개 영상에는 비교적 선명하게 피의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CCTV 영상이 발견된 후 대검찰청은 자체 진상조사를 중단하고 김 전 지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검찰이 자료를 요구해 CCTV 영상 등을 넘겼으나 피의자의 음란행위 행적이 발견된 이후부터는 검찰 측에서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지검장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운전기사를 시켜 진술서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4일 오후 김 전 지검장의 운전기사 A씨는 담당 형사에게 찾아가 임의로 작성된 진술서를 경찰 수사기록에 첨부할 것을 강요했다. 이때까지 김 전 지검장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A씨가 김 전 지검장을 유치장에 가뒀던 경찰에 항의하면서 결국 이들 둘의 신분이 들통났다. 이 진술서에는 ‘신고자가 다른 사람으로 오인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고, 김 전 지검장의 신분을 밝히는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초동 부실수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당시 출동했던 순찰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으며, 관련 영상이 녹화됐다 지워진 것을 확인하고 최근 국과수에 복원을 의뢰했다. 이 블랙박스에는 분식점 앞으로 순찰차가 다가서자 황급히 자리를 떠나 10여m 이동하던 김 전 지검장의 모습뿐만 아니라 김 전 지검장이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전후 과정이 녹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이상이 지났고, 다른 영상이 덮어씌워졌기 때문이다. 국과수는 CCTV와 블랙박스의 감정 결과를 22일 경찰에 통보할 예정이며, 경찰은 이를 종합해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영탁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 oy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혜리 '겨울 여신 등장'
  • 혜리 '겨울 여신 등장'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