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계’를 테마로 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열린 경계’와 인간사의 ‘닫힌 경계’를 사운드와 텍스트를 통해 비교하는 작업이다. 월정리역 내 3개 방에 작품이 설치됐다.
“우리 문제를 그동안 왜 이렇게 멀리해 왔나 후회스럽다. DMZ 프로젝트도 진작 시작됐어야 했고, 사실 더 확대돼야 한다.”
그는 체코 국립프라하미술관 내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서 개인전(9월 21일까지)도 열고 있다. 시간이 주제다. 꽃이 말라 죽으면 새 꽃을 꽂고 그 꽃이 시들면 다시 새 꽃을 꽂기를 반복한 사진 연작은 선보이고 있다. 피어나려는 꽃과 이미 활짝 핀 꽃, 그리고 말라 비틀어진 꽃들이 한 화병에 담겨 있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의 문제를 다룬 개념적 사진이다.”
그는 20년 전부터 아프리카 케냐, 한국의 경주 등지에서 여러 겹의 종이를 땅속에 묻는 지중(地中)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종이를 다시 꺼내 그 위에 생성된 얼룩과 이미지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의 기록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6년 전 수도원 뒤뜰에 묻어 놨던 한 묶음의 종이를 다시 꺼내 기록한 영상 작업, 오래된 책에서 뜯어낸 종이를 모아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한 대규모 설치 작업도 선보인다.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요즘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시간성을 깊이 다루면 치유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고 변화가 빠르다 보니 구조적으로 번뇌와 마찰 등을 순탄하게 풀 수가 없다. 그런 부분을 인식하고 현실을 자각해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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