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의원은 12일 오전 정 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공개적으로 직접 거론했다. 설 의원은 정 의장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야 간에 협상하면 금방 풀리는 문제다. 그런데 청와대가 안 되게 하고 있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 돼야겠느냐. 박 대통령도 귀를 갖고 들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박 대통령이) 잘못 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며 여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설 의원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 사이에서 “그만하라”는 고성이 쏟아졌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새누리당 소속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정 의장도 설 의원에게 “지금 의장을 무시하시는 거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설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초반부터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며 비공개를 요구하는 정 의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가 설 의원의 돌출발언으로 난장판으로 변하면서 정 의장의 국회 정상화 시도가 초반부터 꼬이며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2일 오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맨 오른쪽)이 주재한 여야 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그러면서 “(설 의원의) 발언은 상황에 따라 대단히 위중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 연애’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아다닌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윤영석 원내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설훈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속한 막말을 뱉어냈다”며 “즉각 사죄하고 상임위원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가세했다.
설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에 대해 충고한 거다. ‘대통령이 나와서 얘기를 해라’, 이런 취지로 한 얘기인데 대통령 얘기만 나오니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더라”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리위 제소 검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일축했다.
이우승·홍주형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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