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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메이커문화와 소프트웨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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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7 21:22:50 수정 : 2014-09-17 21: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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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제품 만들어 쓰는 시대 도래
SW교육, 창조의 즐거움 알려줘야
며칠 전 집에 반가운 초대장이 하나 날아왔다. 오는 20일과 21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메이커페어(Maker Faire) 서울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다. 메이커페어는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만들기를 좋아하는 메이커들의 축제로 시작돼 2013년에는 전 세계 98개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 6월18일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직접 주최한 백악관 메이커페어가 열려 큰 화제가 됐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을 바탕으로 미국 제조업의 풀뿌리 르네상스를 선도할수 있도록 학생, 기업가, 일반 시민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1달러로 종이현미경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메이커, 5만명 이상의 유아를 구한 매우 저렴한 200달러 보육기를 학생 신분으로 만들었던 메이커, 바이오디젤 자동차를 만든 고등학생 등을 직접 만났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메이커들이 바꾸는 미래를 위해 그들을 위한 신규 비즈니스 및 고용 창출과 관련한 정책, 미국 교육부와 여러 기관이 수많은 대학과 도서관, 그리고 여러 기업이 함께하는 메이커 기반의 교육혁신과 관련한 정책도 발표했다.

이런 새로운 메이커 문화를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으로는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아두이노’라는 작고 저렴한 컴퓨터 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아두이노는 하드웨어와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도구로 구성돼 있는데, 기판의 회로도가 공개돼 있어 누구든지 부품을 구매해 조립을 하거나 완성된 기판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아두이노는 특히 각종 센서의 조작이 쉬워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때문에 많은 개발자·엔지니어·디자이너는 물론 예술가와 학생까지 아두이노에 큰 관심을 갖고 로봇·가전·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아두이노를 이용할 수 있었고,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메이커 문화의 붐을 일으킨 힘이 됐다. 아두이노가 이렇게 큰 인기를 끌자, 영국의 라즈베리파이 재단에서는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라는 신용카드 크기의 컴퓨터 보드를 만들었다. 라즈베리파이는 학생들을 위한 기초 컴퓨터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3만∼4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성능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보면서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교육으로 편입되는 것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앞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마치 수학·과학, 그리고 영어와도 같이 미래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꼭 알아야 하는 필수지식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 주변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인간의 사회생활에 필수적이듯 기계와의 소통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교육정책을 현실화하는 데 있어 단지 과목 하나를 추가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봐도 학교에서 가르쳐줬기 때문에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소프트웨어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즐거움이 실력을 길러 주었다.

유엔미래포럼에서는 필요한 제품은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결국 소프트웨어는 메이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교육을 일종의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니라 요즘의 메이커 문화처럼 많은 사람이 즐겁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재미있는 체험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재미에 푹 빠져서 세상을 바꾸는 친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개방된 환경에서의 사회 구성원들의 활발한 창의력 발산이 새로운 시대를 가져오는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볼 때, 강압적인 공부 방식보다 만들고 즐기는 문화와 함께 소프트웨어 교육이 자리를 잡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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