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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신흥국도 아닌 韓경제…열흘만에 1조 넘게 이탈

입력 : 2014-10-10 18:04:51 수정 : 2014-10-10 18: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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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 한달간 2조 이상 순매도…電·車 위기오자 '휘청'
GDP대비 삼성·현대 비중 35%…"특정기업·업종 의존도 지나쳐"
조선·철강·전자·자동차, '日→韓→中' 이전예상…新성장동력 필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최근 3년간 경영자문단으로부터 3회 이상 자문을 받은 중소기업 690개사를 대상으로 한 ‘2014년 하반기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소비 위축과 환율불안으로 국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최근 경기흐름을 보고 있으면 선진국도 신흥국도 아닌 어정쩡한 한국경제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달 들어 불과 열흘 만에 1조원 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 달 동안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2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 실적부진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위기가 닥치자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10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823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내다팔았다. 지난 1개월간 외국인은 2조2713억원을 순매도했고, 특히 이달 들어서만 순매도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선진국과 신흥국 틈 사이에 낀 우리경제의 단면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화 자산이 선진국 자산만큼 안전하지 않고 다른 신흥국만큼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결국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정부는 양호한 국가 부채와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경제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급속도로 자금유출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펀더멘탈이 좋다고 보기 힘들다. 문제는 몇몇 주력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전체 기업수의 80% 이상과 고용의 약 90%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허약하고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한 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특정기업과 업종에의 경제력 집중도가 너무 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7% 성장한 1428조294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등재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전사매출총액은 228조6900억원이다. 현대차는 87조3076억원, 기아차는 47조5979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지난 한해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 등 3개 회사의 매출액을 합산하면 363조5955억원 정도로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GDP의 약 25.5%를 차지한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수치는 35%로 더욱 높아진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3분기 실적부진이 확인되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110만원선이 깨지며 지난 2012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현대차도 17만4000원까지 밀리며 역시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피 지수도 전일 대비 1.24% 내린 1940.92로 마감, 1940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전자와 자동차 수출 감소는 우리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격심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장기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매우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다는 측면에서 우리경제의 저성장 국면 진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은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 주력업종의 국제경쟁력이 빠르게 상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 사이클론(論)에 의하면 제품의 생산지는 임금이 저렴한 국가로 이전하게 돼있다. 우리도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조선·철강·전자·자동차 업종을 넘겨받았듯이, 이제 한국의 주력업종은 점차 중국 이전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조선과 철강은 이미 이전을 시작했으나 전자와 자동차산업은 아직도 기술격차가 존재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전자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리 전자업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V는 물론 휴대폰까지 우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앞으로 한국수출의 급격한 감소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선진국이 사용하고 있는 ‘신(新)산업정책’을 참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특정산업을 육성하는 과거의 산업정책 보다는 간접적으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정부지원을 늘리고 산업클러스터를 만들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일본은 아베노믹스에서 의약품을 포함한 헬스산업 등 신성장동력을 지정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은 현재의 경제상황만 보고 투자하지 않고 미래의 전망이 밝아야 투자를 늘리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신성장동력의 업종을 좀 더 구체화하고, 연도별 기술인력 양성 및 교육계획과 기술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정부도 창조경제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운 만큼 중국의 추격과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현 상태에서는 우리경제에 대한 밝은 비전이 제시되기 전에는 기업 투자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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