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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4호 고선박 나올까… ‘바닷속 慶州’ 실감

입력 : 2014-10-16 20:19:23 수정 : 2014-10-16 20: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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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문화재 보고 태안 마도해역 가보니 지난 13일 충청남도 태안의 마도 인근 해역에 닻을 내린 수중발굴선 누리안호의 통제실. 10m 바닷속 잠수사들의 작업 상황을 보여주는 모니터에 원통형의 나무가 빠르게 지나갔다. 1시간 정도의 작업을 끝내고 배로 올라온 잠수사들은 작업 현장에 나무로 짐작되는 물체들이 더 있다고 보고했다. 누리안호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팀 사이에 들뜬 분위기가 감지됐다. 마도 해역에서 또 다른 고선박이 나올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고선박 발견 자체의 의미도 크고, 배에 실었던 화물이 함께 출수돼 대규모 발굴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악전고투 속에서 수십 미터 바닷속을 샅샅이 뒤지며 수백년 전의 흔적을 찾는 이들에게 이만큼 기쁜 소식은 없다. 

충남 태안의 마도 해역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인 누리안호. 뒤로 보이는 섬이 마도다.
“선체 조각이 맞다. 10m 정도의 것이 파묻혀 있고, 주변에 원통목(배에 화물을 적재할 때 사용된 목재) 같은 것들이 보인다.”

연구소 홍광희 주무관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마도 해역에서 나온 배는 세 척. 2009∼11년 고려시대의 선박인 마도 1·2·3호선이 해마다 발굴됐다. 세 척은 청자, 목간, 당대의 곡물 등 1940점의 유물을 품고 수백년의 잠에서 깼다.

선체 조각의 발견을 ‘마도 4호선’의 출현으로 봐도 될까. 담당자들은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며 신중했다. ‘선체 조각=고선박’이라는 등식은 없다. 선박이라고 할 만한 형태를 갖추었거나, 대량의 유물 발굴이 있으면 고선박의 발굴이란 ‘영예’를 부여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선체 조각일 뿐이다. 홍 주무관은 “해당 지역의 개펄이 워낙 단단해서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누리안호의 잠수부들의 발굴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잠수부들의 머리에 달린 통신, 영상, 조명 장비 등을 통해 수중의 작업 모습을 누리안호 통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기대 없이 누리안호의 작업 모습이나 보겠다고 간 기자에게 마도 해역은 또 다른 고선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도 해역을 ‘바다의 경주’라 부르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마도 해역에서는 지금까지 엄청난 양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2007년 7월 유물 발견 신고가 접수되고, 같은 해 10월 탐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고선박 세 척과 유물 2928점이 출수됐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발에 밟히는 유물을 건져내면 될 정도였다”고 한다.

마도 해역을 둘러보니 그럴만도 하다 싶어진다. 깊숙이 들어온 바다를 육지가 품은 듯한 만(灣)의 지형이다. 큰 바다의 거센 바람과 파도를 피해 쉬어갈 기착지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 강화도 등을 향해 남해안에서 올라오던 많은 배들이 마도 해역을 찾았고, 이 배들 중 일부가 침몰했을 것이다. 배의 주인과 선원들에게는 불행이었겠으나 지금의 수백년 전의 자취를 전하는 ‘타임캡슐’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마도 해역에 발굴된 150여개의 닻돌은 이런 추론을 받침하는 증거다. 배와 운명을 같이했을 닻돌이 많다는 건 침몰선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닻돌은 수중문화재의 보고인 마도 해역의 위용과 가능성을 웅변하는 유물이다. 지금의 인력, 장비 수준이라면 마도 해역에서는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발굴이 진행되어야 한다. 

태안보존센터에서 보관 중인 마도 해역의 닻돌. 마도 해역에서는 지금까지 150여개의 닻돌이 나왔다. 닻돌은 이곳 바닷속에 발견되지 않은 고선박이 더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발굴 초기 마도 해역에서 나온 유물들은 한때 전라남도 목포의 연구소 전시관으로 옮겨졌다. 태안에 마땅한 보관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안타까웠던 주민들은 유물을 태안에서 보관하기를 원했고 연구소, 태안군 등이 뜻을 같이 하면서 2011년 태안보존센터가 문을 열었다. 마도 해역뿐만 아니라 인근의 대섬 등에서 나온 유물의 보존처리와 보관을 맡고 있다. 태안선과 마도 1·2호선도 보관 중이다. ‘서해유물보관동’ 건립 공사도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해수중유물보관동 건립 등을 주도한 태안문화원 김한국 원장은 “태안에서 나온 유물은 태안에 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며 “보관동 건립이 마무리되면 주민들뿐만 아니라 태안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관동에 전시될 유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이 마도 3호선이 될 것이다. 길이 12m, 너비 8m, 깊이 2.5m의 이 배는 지금까지 확인된 고선박 중 가장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어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발굴 당시 유실 위험이 있는 일부 선체만 꺼내고 나머지는 바닷속에 다시 묻어두었다. 보관동이 완성되면 통째로 퍼내어 보존처리를 거쳐 전시할 예정이다. ‘분해→보존처리→재결합’의 과정을 거쳐 전시되는 다른 고선박과는 다른 취급이다. 수백 년 세월을 견뎌 온 그 모습을 최대한 유지해 선보이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태안=글·사진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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