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시설 54곳 조사… 외출자제 권고 무색 황사가 발생했을 때 어린이집 등 다중이용시설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더니 실외보다 실내가 최대 2배 높게 나왔다. 건물 내부 공기가 인체에 더 위해하다는 이야기다.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다.
문제는 실내 미세먼지 농도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발 스모그와 황사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자주 내리면서 외출 자제 권고령이 떨어지지만, 정작 실내 공기 질이 실외보다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연구를 수행한 대구가톨릭대 양원호 교수(산업보건학)팀은 서울의 어린이집 12곳, 지하상가 6곳, 지하철역 12곳과 대구의 같은 시설 각 8곳을 측정했다.
입자가 작아 호흡기 깊은 곳까지 침투해 PM10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초미세먼지(PM2.5)도 대구의 어린이집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실내 농도가 최대 1.8배까지 높았다.
현재 실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은 전세계적으로 없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실외 즉 대기기준을 만들어 실내 공간에도 적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실외기준 조차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다. 내년 1월부터 PM2.5의 대기기준이 50㎍/㎥로 신설돼 적용된다. WHO의 대기기준은 이보다 2배 강한 25㎍/㎥다.
이번 측정값을 보면 내년부터 시행할 우리나라 대기기준에 대해 실외에서는 거의 만족시킨 반면 실내에서는 오히려 절반 이상의 측정군이 이를 넘겼다. 서울의 어린이집 12곳의 PM2.5 실내 평균 농도는 53㎍/㎥로 WHO 기준의 배를 넘었다. 약 4배인 97㎍/㎥을 기록한 어린이집도 있었다.
측정 시 수집된 미세먼지에서는 크롬과 아연, 납 등의 중금속도 검출됐다. 중금속 등 총 금속 함유량 역시 대부분의 측정군에서 실내가 실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PM2.5에 함유된 금속 양은 서울 어린이집은 실내가 실외의 2배, 서울의 지하철은 7배 많았다. 지하철은 전동차의 휠과 레일 사이의 마찰에 의해서 발생하는 금속입자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양 교수는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다는 것은 음식을 만들거나 사람의 부산한 움직임 등에 의해 발생한 미세먼지와 외부에서 들어온 미세먼지가 합쳐져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환기만 강조하거나 집에 있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공기정화장치가 있는 환기시설을 의무화해서 실내 발생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실내에서 더 높게 나타난 미세먼지 속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검출된 만큼 실내 미세먼지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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