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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풍구에 '위험' 종이 붙였지만… 여전한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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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9 10:10:08 수정 : 2014-10-19 15: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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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한 지하철역 환풍구 옆에 ‘위험 :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으나 환풍구 면적에 비해 너무 작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지하주차장 환풍구 추락으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 지방자치단체마다 환풍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하주차장 환풍구 위에 올라가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시민 27명이 환풍구 철제 덮개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약 20m 아래의 지하주차장 바닥으로 떨어진 게 직접적 원인이다. 환풍구는 지하의 오염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시설로,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철 등 도시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설 안전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안전 불감 지대’임이 이번 사고로 명확히 드러났다.

실제로 지하철역이나 대형건물 인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위에 올라갈 수 있는 ‘낮은’ 높이의 환풍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지하철역 환풍구는 인도 안에 낮게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민들이 별 생각 없이 그 위로 걸어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환풍구를 땅밑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 시설로 인식하지 않고 그냥 걷는 길의 일부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환풍구 위로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를 담은 종이가 그나마 제 위치에 붙어 있지 못하고 떨어졌다.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듯하다.
판교 사고 소식을 접한 지자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다급해졌다. 사람이 위에 올라갈 수 없을 정도 높이의 환풍구나 주위에 울타리를 두른 환풍구면 몰라도 낮고 개방된 환풍구는 언제든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사각지대임이 판명났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와 지하철역 관계자들은 18일 환풍구에 ‘위험 :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적힌 종이를 급하게 붙이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환풍구 면적에 비하면 안내 표지가 너무 작아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를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제대로 부착하지 않아 너덜너덜해져 쓰레기처럼 방치된 경우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판교 사고 소식에도 아랑곳않고 여전히 환풍구 위로 걸어다니는 ‘안전불감증’을 보여줬다.

건축계 관계자들은 “현행 건축법상 환풍구에 대한 별도의 규제는 없다”고 말한다. 연세대 사회환경공학부 조원철 교수는 “환풍구는 추락의 위험이 상존할 뿐더러 주변 공기의 질도 매우 나쁘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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