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환율시장 변동성 확대…증시 8개월래 최저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 직면에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움직임과 유럽존의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하향 위험과 불안 요인 때문에 위기 정도를 나타내는 시장의 지표들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요인도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한국의 외환·증권시장 변동성이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추가 부양책까지 내놨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저성장과 저물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성장률 전망치 잇단 하향…外人 자금이탈 가속
한국은행은 최근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다른 연구소들도 올해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 3.7%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은 6개월 만에,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6개월 만에 각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소매판매는 1분기에 전기 대비 0.3% 늘었지만 2분기에는 0.5% 감소했다. 월별로는 7월 0.3%, 8월 2.7%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9월에는 다시 감소세가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수익성 악화, 기업심리 위축 등으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분기보다 부진하다. 7월 3.4% 늘었던 설비투자는 8월에 10.6%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개월째 1%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상승압력도 크지 않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수출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 8월에 0.1%의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은 9월에 6.8%를 기록,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세계 경제에 하방 위험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
◆ PIGs 국가 재정 위험 다시 부각…신흥국, 국가부도위험 상승
유로존에서는 경기에 대한 디플레이션과 '트리플 딥'(3중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재정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유로존 부진, 신흥국 불안 등으로 하방 위험이 있다.
미국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위험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의 영향권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으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중국은 7% 중반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 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주가는 중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독일, 브라질,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하락했고 CDS도 신흥국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 증시-환율시장 변동성 확대…증시 8개월래 최저
증시-환율 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지난 8월 2,068.5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대내외 위험 확대로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지난 17일 1,900.66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900선이 무너진 이날 종가는 8개월만에 최저치였다.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1일째 '팔자'를 이어갔고 이달 들어서만 이들의 순매도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때 1,000선 붕괴가 우려됐던 원·달러 환율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강세, 엔화 약세 등으로 지난 17일 현재 1,065.9원까지 올랐다.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퍼지면서 금융시장의 '공포지수'가 일제히 치솟았다.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몇 개월 내 지수의 변동을 예측하는 내재 변동성 지수는 시장의 불안심리 수준을 보여준다는 뜻으로 '공포지수'라 불린다. 이 내재 변동성 지수는 국내외에서 1∼2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대표적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5일 26.25로 2012년 6월 이후 최고치(종가 기준)를 찍었다. 올해 7월 초 찍었던 저점인 10.32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변동성지수도 16일에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인 31.52로 뛰어 올해 6월 초 저점(12.71)에서 크게 올랐다.
정부 당국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달러 강세와 유럽 재정 위기 등 대외변수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달 들어 한국의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이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중 가장 많이 출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달러에 대비한 통화 가치 변동 추이를 보면 원화 가치 하락률이 2.06%로 이들 7개국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두번째로 통화가치 하락률이 큰 말레이시아 링키트(0.40%)의 5배에 달하는수준이다. 필리핀 페소의 가치는 0.27%, 태국 바트화는 0.22%, 싱가포르 달러는 0.04%씩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인도네시아 루피아(0.32%), 대만 달러는 0.10%씩 강세를 보였다.
◆ 부양카드 다 쓴 정부…추가 대응책 마련 부심
올해 쓸 수 있는 부양 카드는 사실상 다 나온 상태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는 아직 미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추가 대응책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외국 자금이 이탈하는 증시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수요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정부는 현재 대표적인 외환규제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전에는 유입 규제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유출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가운데 3분기 실물경제 역시 이렇다 할 반등 국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서도 내수와 소비, 투자가 살아나지 못했고 주식시장은 새 경제팀 출범 시점보다 더 악화됐다. 부동산 시장 역시 심리 회복 이상의 반등을 못하고 있다.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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