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감·분노 등 전반적으로 증가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덕인(사진) 교수팀은 주요 방송사가 세월호 참사 구조 현황을 거의 하루종일 보도하던 지난 4월25일부터 5월2일까지 내원한 20세 이상 외래환자 111명을 상대로 새로운 증상 발생과 기존 증상 악화 여부를 조사했다. 111명 가운데 96명은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 급성스트레스장애 등 불안장애와 우울증 같은 신경증을, 나머지 15명은 조현병 등 정신증을 각각 앓고 있었다.
조사 결과 환자들은 우울감, 절망, 짜증, 불안감, 분노 등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특히 분노 항목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극심한 악화를 호소했다. 또 과거 외상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외상 경험이 없는 환자보다 우울감, 절망, 짜증, 불안감, 분노, 무기력함 등의 증상 악화가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교수는 “외상 경험이 있는 경우 세월호 참사 방송 같은 외상에 다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더욱 부정적인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며 “외상 경험은 장기간에 걸쳐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우울증이나 PTSD 등 정신질환 발병과 경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외상을 겪은 환자들은 이런 외상성 자극에의 노출을 줄이거나 상태 변화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세월호 사건 종일방송의 노출 후 정신건강의학적 증상의 변화’란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회장 박원명)는 가을 학술대회에서 이 논문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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