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의 새벽 범종루 |
도량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목탁을 두드리는 도량석으로 시작된 새벽예불.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대웅보전에 모인 스님들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불경을 암송한다. 맑은 새벽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가는 장중한 예불 소리가 가슴속에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 울림이 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며 몸가짐이 더없이 경건해지고 가지런해진다. 전날 해 질 녘에도 대웅보전 앞에 서 있던 터라 저녁예불의 북과 범종 소리가 만들어 낸 긴 여운도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평소 부처님을 믿지 않아도, 불경의 뜻을 몰라도, 번잡한 마음을 정갈히 하는 데 고요한 새벽 절집 마당에서 예불을 듣는 것만 한 게 있을까 싶다.
청도 운문사의 새벽 예불이 주는 감동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보물 제835호인 옛 대웅보전(비로전)의 부처님 앞에서 홀로 예불을 드리는 스님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속에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
경북 땅 최남단에 자리한 청도. ‘푸를 청(淸)’에 ‘길 도(道)’를 쓰니 그 지명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청명한 기운이 고이는 곳이다. 청도 땅에서도 맑은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라면 단연 운문사를 꼽는다.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로, 승가대학도 겸하고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운문사는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답게 대웅보전을 비롯해 석탑, 불상 등 7개의 보물이 있다. 운문사는 고려 중기 민란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무인정권 시기 극심한 수탈로 나라가 피폐해지자 김사미라 불리는 사미승이 이곳에서 무신정권 타도와 신라 부흥을 기치로 민란을 일으켰다. 12년 만에 김사미는 투항했지만 그 뒤에도 운문사를 근거지로 하는 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를 이유로 한때 청도는 경주에 딸린 하나의 부곡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운문사 입구의 장대한 소나무숲. |
북대암에서 내려다본 운문사 전경. |
운문사 담장을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 |
청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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