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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건한 예불소리… 마음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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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23 17:51:38 수정 : 2014-12-30 15: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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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세상 잊게 하는 청도 운문사 새벽 3시.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눈이 뜨였다. 청도 운문사 새벽예불을 처음 듣는다는 기대와 혹여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함께 작용해 생체시계를 정확히 가동시켰을 것이다. 사하촌의 숙소를 빠져나와 칠흑같이 어두운 숲길로 차를 몰아 운문사의 출입문을 겸하고 있는 범종루 앞에 섰다. 

운문사의 새벽 범종루
범종루의 문이 열리기까지 30여분을 기다렸을까. 승방에 불이 하나둘씩 켜지더니 새벽 4시가 되자 불경을 암송하는 소리가 들리고 범종루에 가사를 걸쳐 입은 스님이 오른다. 우리나라 절집의 새벽예불 중 으뜸으로 치는 운문사 새벽예불이 시작된 것이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가톨릭의 그레고리 찬트에 비견되는 장엄함이 있다”고 극찬한 바로 그 예불이다.

도량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목탁을 두드리는 도량석으로 시작된 새벽예불.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대웅보전에 모인 스님들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불경을 암송한다. 맑은 새벽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가는 장중한 예불 소리가 가슴속에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 울림이 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며 몸가짐이 더없이 경건해지고 가지런해진다. 전날 해 질 녘에도 대웅보전 앞에 서 있던 터라 저녁예불의 북과 범종 소리가 만들어 낸 긴 여운도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평소 부처님을 믿지 않아도, 불경의 뜻을 몰라도, 번잡한 마음을 정갈히 하는 데 고요한 새벽 절집 마당에서 예불을 듣는 것만 한 게 있을까 싶다.

청도 운문사의 새벽 예불이 주는 감동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보물 제835호인 옛 대웅보전(비로전)의 부처님 앞에서 홀로 예불을 드리는 스님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속에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오전 5시30분쯤 새벽예불이 끝나고 스님들은 줄지어 ‘불이문(不二門)’ 너머 안채로 총총이 사라져 간다. 숙소로 돌아와 날이 밝기를 기다려 다시 운문사로 오른다.

경북 땅 최남단에 자리한 청도. ‘푸를 청(淸)’에 ‘길 도(道)’를 쓰니 그 지명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청명한 기운이 고이는 곳이다. 청도 땅에서도 맑은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라면 단연 운문사를 꼽는다.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로, 승가대학도 겸하고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운문사는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답게 대웅보전을 비롯해 석탑, 불상 등 7개의 보물이 있다. 운문사는 고려 중기 민란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무인정권 시기 극심한 수탈로 나라가 피폐해지자 김사미라 불리는 사미승이 이곳에서 무신정권 타도와 신라 부흥을 기치로 민란을 일으켰다. 12년 만에 김사미는 투항했지만 그 뒤에도 운문사를 근거지로 하는 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를 이유로 한때 청도는 경주에 딸린 하나의 부곡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운문사 입구의 장대한 소나무숲.
이런 깊은 이야기 외에도 운문사는 눈과 가슴에 담아 와야 할 풍경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운문사로 드는 길은 우람한 솔숲이다. ‘솔바람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길은 길이는 그리 길지 않지만, 장대한 소나무들이 빚어내는 정취가 그야말로 일품이다. 

북대암에서 내려다본 운문사 전경.
운문사 경내에 들기 전 이 대찰의 전경을 보고 싶다면 지룡산 암봉 아래 자리한 암자인 북대암에 오르면 된다. 운문사에 닿기 전 왼쪽 샛길로 빠져 가파른 시멘트 도로를 오르면 그 끝에 북대암이 있다. 북대암의 산신각 뒤 산비탈을 조금 오르면 운문사 전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운문사 담장을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
이 즈음 운문사에는 가을빛이 가득하다. 북대암에서 내려다보면 운문사 주변 숲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다. 솔바람길을 지나면 주홍빛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운문사 낮은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선 은행나무들은 온통 노란색으로 채색됐다.

천연기념물 180호인 수령 500년의 처진 소나무를 지나면 이 절집의 중심 전각인 대웅보전과 만세루에 닿게 된다. 운문사에는 대웅보전이 둘이다. 대웅보전(보물 835호)이 너무 오래돼 새로 대웅보전을 지었으나, 보물이어서 이름을 바꾸지 못하고 옛 현판을 그냥 달고 있는 것이다. 운문사 사람들은 새 대웅보전과 구분하기 위해 옛 대웅보전을 비로전이라고 부른다. 새로 지은 대웅보전 뒤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북대암이 들어선 지룡산의 우뚝 속은 암봉과 그 아래 단풍, 운문사 주변 은행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폭의 풍경화 같은 경치를 감상하고 다시 내려가는 솔바람길이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진다.

청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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