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발굴 의지조차 없어” 반발 태평양전쟁 조선인 전사자 유족들이 유해발굴 사업 참여를 요청했으나 일본 정부가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는 지난 6월 일본정부 측에 태평양전쟁 당시 징병·징용돼 목숨을 잃은 조선인 유골 발굴작업에 유족들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지난 8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선인 전사자 유족의 참여가 불가능함을 알려왔다고 26일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당시 “(일본 정부의) 발굴 과정에서 한반도 출신임이 확인되면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며 “외국인은 해당 정부가 실시하는 (유해 발굴 귀환) 사업에 참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진영 보추협 연구원은 “이는 ‘한국인에 대한 유해는 한국 예산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일본 정부 차원에서 조선인 유골을 발굴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전사자 유해 DNA 검사에 대해서도 “자료를 통해 유족으로 추정할 수 있고, 그 유족이 DNA 검사를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유류품 등이 발굴돼 신원이 확인된 유해에 대해서만 신청을 받아 DNA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발굴 유골 전체에 대해 DNA 검사를 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10년 전 DNA 검사 기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유족들이 사망하거나 전몰자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기 때문에 유골 전체에 대한 DNA 정보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해도 별다른 신원 확인 절차 없이 화장 후 다른 일본군 전사자와 함께 전몰자 묘역에 안치해 왔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전몰자 묘역에 일본인 외에도 조선인과 대만인도 잠들어 있다는 안내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사자 240만명 중 2만2000여명이 조선인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발굴되지 않은 유해의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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