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제톡톡] 한국은행이 기재부 남대문 출장소라고?

관련이슈 경제 톡톡

입력 : 2014-10-27 21:38:58 수정 : 2014-10-27 23:32: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힘의 논리에 흔들리는 통화정책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의 경제정책인가, 국가권력 집단의 정치수단인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과정을 보면서 커지는 의문이다.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이라는 법적 정의는 형식일 뿐 실제로는 ‘힘의 논리’가 먹혀들고 있다는 심증이 굳어지는 탓이다.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최경환노믹스’와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정권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돌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관철시켰다. 이런 터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적 판단이었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항변은 무력하다. 시장은 이미 한은 총재가 아니라 실세 부총리의 입에서 금리 방향을 읽는 상황이다.

경제와 정치를 분리할 수 없고 한은도 크게 보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정부라는 점에서 양측이 소 닭 보듯 무심할 수는 없다. 문제는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중장기 시계로 운용돼야 할 통화정책이 단기 시계에 사로잡힌 정치권력의 조급증에 왜곡될 위험이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 금통위원의 고백은 적나라하다. 그는 “도저히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상의 외압을 말하는 거였다. 그는 당시 기준금리 인하에 찬성했으나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없다”고 털어놨다. 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오히려 그는 ‘이자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이나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 확대’를 걱정했다.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경제주체 심리 개선’이라는 추상적 이유가 등장한 것이 똑같고, 저금리 부작용 걱정도 여전하다. 걱정이 현실화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가계부채는 급증세이고, 전셋값이 뛰며 서민 주거 여건은 한층 불안해졌다. 동결과 인하 중 정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선택이든 긍정과 부정의 효과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건 판단 과정의 순수성과 치열함인데 한은 독립성이 흔들리는 건 바로 이 과정에 있다. “한은이 기재부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걱정은 과장이 아니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ryoo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서예지 '상큼 발랄'
  • 서예지 '상큼 발랄'
  • 기은세 '미모 뽐내며'
  • 신현빈 '반가운 손인사'
  • 한예슬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