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북한 전문가도 대놓고 연도를 못 박아 가며 북한 공산당의 몰락을 예견하지는 못한다. 이렇듯 저돌적으로 발언한 주인공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아프리카 선교사 출신 최원문(74) 목사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라고 웃어 보였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최근 그가 펴낸 ‘강한 대한민국’에도 이 내용이 삽입돼 있다.
최원문 목사는 “영어 단어를 찾아가며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던 중 문선명 총재에 관한 문장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
“당시 문 총재님은 통일원리를 예시하며 사탄주권은 7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하셨어요. 1991년은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지 74년 만이니 거의 맞히신 거나 다름없죠. 1948년에 북한 정권이 수립됐으니 그 70년이 되는 2018년에 북한 김일성 왕조는 힘을 잃고 말 것입니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이듬해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그 징조는 엿보였다. 최 목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자유세계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았다.
돋보이는 문구가 그의 저서에 또 있다. ‘제3의 물결’을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문 총재를 증거한 내용이다. 국내 번역판에는 누락됐으나, 영어판 384, 385쪽 이 책 결론 부분인 ‘이단의 비밀(The secret of the cults)’에서 토플러는 “레버런 문이 전개하는 성령운동은 장차 도래할 새로운 심령권 세계의 주인공이 될 인간상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기술했다. 영어단어를 찾아가며 책을 읽던 중 문 총재에 관한 문장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영어판에서 문선명 총재를 증거한 본문 부분. |
책의 상당 부분은 화폐전쟁과 미국의 달러 문제에 대해 언급돼 있다. 최 목사는 ‘9·11 사태’를 아랍권의 달러제국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했다. 자본독점을 확대발전시키려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문 총재가 “미국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 축복은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인 달러에 대한 궤적을 좇은 것이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달러야말로 하나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은 그 힘을 세계 평화를 위해 써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축복은 되레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책 제목을 ‘강한 대한민국’이라고 붙인 데는 스승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문 총재는 성화(별세) 몇 개월 전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아들 문국진씨가 주도한 ‘강한 대한민국 범국민운동본부 출범대회’에서 “스토롱 코리아”를 힘차게 외쳤다. 문국진씨는 ‘강한 대한민국’ 모델로 정신력과 국방력이 막강한 이스라엘을 제시했다. 생애 마지막 공식행사에서 아들에게 힘을 실어준 스승의 포효는 최 목사에게 커다란 화두로 다가왔다. 그는 스스로 ‘강한 대한민국’의 개념 설정 필요성을 느껴 연구에 돌입했고, 이 책은 그 이론서가 됐다.
최 목사는 강화 출신으로 그의 조부는 일제 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조달하다가 일제의 경찰에 발각돼 두들겨 맞고 앞산 소나무에 묶인 채로 하룻밤을 지새우고 그 길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조모는 화병으로 이틀 뒤 남편의 하관(下棺) 시간에 운명해 줄초상이 벌어지면서 집안은 기울고 만다. 그는 1961년 김월탄 권사의 인도로 가정연합에 몸을 담았으며, 안양대학교 신학과를 나와 초교파연합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초교파 기독교협회에서 활동하던 그는 마흔이 훌쩍 넘어 시작한 서툰 영어실력으로 1988년 유럽 16개국을 혼자 여행하며 기독교문화를 몸으로 체험했다. 아프리카 기니 선교사로 파견된 것은 1996년 나이 56세 때였다.
“미욱한 제가 선교사로 선택된 것이 송구스러워 순교하겠다는 각오로 영정사진을 찍어 놓고 갔어요.”
그는 기니에서 많은 지식인층 여성지도자, 이슬람 성직자들을 평화대사로 영입했으며, 2001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서는 서울 염창교회와 부평제일교회 등에서 시무했다. 선교사로 파송된 후 1998년 문 총재가 지도하는 ‘브라질 40일 낚시 수련회’에 참가해 며칠씩 고행의 낚시와 철야기도도 경험했다. 문 총재로부터 ‘원문’이라는 이름을 받은 것은 그의 삶에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문 총재님에게 낚시란 스스로 탕감을 세우는 노정이었어요. 큰 목표물을 낚아채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었지요. 고기는 그냥 잡히지 않습니다. 낚시에는 오묘한 진리가 숨어 있어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최 목사가 직접 편집했다는 298쪽 분량의 ‘강한 대한민국’은 비록 오탈자와 띄어쓰기 오류가 있고 편집도 조악하지만, 메시지는 강렬하다. 우리말 부분은 116쪽이며, 나머지는 일본어와 영어 번역본으로 채워져 있다. 생전에 외국어판 출판기회가 올 것 같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아프게 들렸다.
“이 책이 한 사람이라도 더 인류의 메시아로 오신 문 총재님을 알리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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