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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워킹맘’… 장벽 여전한 대한민국

입력 : 2014-10-28 18:30:10 수정 : 2014-10-28 22: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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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에 직장 포기… 임금은 남성의 절반 수준 열악
3040女 고용률 뚝… 고학력자 취업률은 OECD 꼴찌
정은경(40)씨는 유명 사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임신하기 전까지 대기업에 다니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국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했다.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다시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겨우 1년을 버티다 또다시 사표를 냈다. 정씨는 “한국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일부 선택받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와 같은 우리나라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은 6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꼴찌다. 고학력 여성 고용률이 70%가 안 되는 국가는 한국과 터키 등 네 나라뿐이다.

여성이 일하기에 척박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각종 국제통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젠더리뷰’ 최근호에 실린 ‘국제통계로 본 한국 여성의 지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출산과 육아를 할 시기인 30대와 4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이 뚝 떨어지는 M자형 패턴을 보인다. 역U자형을 보이는 OECD 국가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35∼39세 여성의 경우 OECD 평균과 고용률이 16%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3.9%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남성 고용률이 OECD 평균 이상이지만, 여성 고용률에선 칠레·멕시코와 함께 평균 이하 국가군으로 분류된다. 남녀 고용률 격차는 21%포인트로 우리보다 큰 나라는 칠레, 멕시코, 터키뿐이다.

낮은 고용률은 출산과 육아 부담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비롯된다. 한국 여성의 주당 근로시간은 41.7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기업들이 관련법을 지키지 않는 풍토가 열악한 근무환경을 부추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지도점검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920개 중 900개 사업장이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등 여성 고용환경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정책연구원의 주재선 연구위원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노력한다 해도 10년 전과 똑같이 출산·육아와 장시간 근로환경 때문에 고학력자를 포함한 여성들이 고용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경력단절은 결국 낮은 임금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 민간기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4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 근로자는 남성과 동일한 일을 하더라도 절반 수준(51%)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기대 연봉 또한 1만9395달러(약 2040만원)로 남성(약 4200만원)의 48%에 불과했다. 한국은 임금 등 14개 지표를 종합 평가한 국가별 남녀평등 순위에서 전체 142개국 가운데 117위에 그쳤다.

세종=윤지희 기자, 송민섭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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