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국정원 직원 및 협조자 모두 유죄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28일 모해증거위조 및 혐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8) 전 국정원 과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55)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 처장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권모(50) 과장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인철(49) 주 선양총영사관 영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또 국정원 협력자 김모(62)씨에게는 징역 1년2월이, 일명 제2의 국정원 협조자인 또 다른 김모(60) 씨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증거위조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보면서 대공수사에서 국정원의 절대적 지위를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국정원 간부의 장악력 등을 인정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과 협조자들이 간첩 증거를 위조하는 데 적극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말만 믿고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는 협조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김 전 과장 등 국정원 직원에 대해 국가안전보장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준법의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 및 증거수집을 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국정원에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이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간첩 사건을 조작한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가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인 지난해 9월 시작됐다. 당시 국정원은 2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김 전 과장 등을 투입했고, 비공식 루트를 통해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을 위조해 검찰을 통해 법정에 제출했다. 하지만 유씨 변호인들이 유씨 항소심 과정에서 중국 대사관에 위조 여부에 대해 질의를 했고 중국대사관이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회신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결국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뒤 올해 3월 말 김 전 과장과 중국동포 협조자 김모씨를 구속기소했고, 지난 8월에는 국정원 제2협조자까지 재판에 넘겨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대한민국을 공문서 위조한 나라로 만든 사람들에게 낮은 형을 선고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comming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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