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5시쯤 서울 중구 정동 A고 앞 편의점. 학교 정문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학생 10여명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빵과 음료수 등 간식거리를 챙겼지만 3명은 에너지 음료수를 골랐다. 신모(18)양은 “잠을 쫓기 위해 마시기도 하고, 그냥 맛있어서 마시기도 한다”며 “일주일에 에너지 음료 3∼4병을 마신다”고 말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지난 2월부터 초·중·고교 내 매점과 우수판매업소에서 에너지 음료의 판매가 금지됐다. 에너지 음료가 카페인 함유량이 높아 청소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에너지 음료수 판매가 치솟고 있다. 교내 편의점에서 판매하지 않자 학교 밖 가게에서 학생들이 에너지 음료를 구입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길거리 자판기에서도 에너지 음료가 판매된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정모(18)군은 “이제 물 대신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있다”며 “학교 내 매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지만 학교 앞 편의점에서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층 사이에 깊이 파고든 에너지음료는 상당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어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누적시키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에너지 음료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실이 지난해 중·고교생과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에너지 음료 섭취 경험자 가운데 60%가 카페인 각성효과로 수면장애와 복통 등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과 호주에서는 에너지 음료를 과다 복용한 청소년이 사망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는 “에너지 음료 한 캔에는 많게는 170㎎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며 “이는 체중 50㎏인 학생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125㎎)을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료를 섞는다고 각성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불면증이나 흥분상태가 나타날 수 있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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