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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워킹맘·경단녀…女, 애 키우는 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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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3 05:00:00 수정 : 2015-02-15 17: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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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회사에서 7년 넘게 근무한 이모(32·여)씨는 지난해 차장 승진을 목전에 두고 사표를 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청소를 못 가고 숙제도 도와주지 못했더니 아이가 교실에 남아 휴지를 줍거나 벌을 서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5년만에 어렵게 가진 생후 6개월 된 둘째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시어머니가 몇 차례 깜빡하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갔더니 어린이집에서 퇴소를 요청한 것. 이씨는 “그동안 여러 고비를 넘기며 힘들게 버텼지만 아이 학교생활에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아이에게 매번 미안하고 남편과도 걸핏하면 다투게 돼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 외국계회사에 다니던 박모(34·여)씨도 회사에서 첫 여자 팀장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얼마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했다. 사규에 따라 출산 3개월을 앞두고 산전휴가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회사 측은 계열사에서 출산 때까지 임시직으로 일하라고 했다. 박씨는 “차라리 산전휴가를 쓰지 않고 하던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회사 측과 마찰이 생겨 결국 사직서를 내야 했다.

#3. 어린 두 딸을 키우는 최모(37·여) 씨는 해외 출장이 두렵다. 엄마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둘째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주 일본으로 2박3일 출장을 떠나면서 고민 끝에 둘째를 데려갔다. 친정 엄마가 호주에 있어서 시어머니에게 이른바 ‘SOS’를 쳤다. 시어머니가 동행해 최씨가 일하는 동안 아기를 봤다. 첫째는 낮에는 베이비시터가, 밤에는 남편이 보기로 했다. 최씨는 “둘째가 점점 더 엄마 속칭 ‘껌딱지’가 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4. 초등학교 선생님인 김모(33·여)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여덟 살, 여섯 살 난 아들, 딸은 엄마만 찾는다. 김씨는 저녁 6시쯤, 남편은 9시쯤 집에 온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1시간 반이 채 안 된다. 김씨의 불만은 남편이 주말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들이하기 좋은 9~10월 주말에는 남편 얼굴 보기가 더 힘들다. 9월 마지막 주에는 1박 2일로 회사 축구팀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 다음 주말에는 축구대회에 참가한다고 집을 비웠다. 그 다음 주에는 회사에서 단체봉사 간다고 또 나갔다. 김씨는 “어느 순간 애 아빠가 없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고 차라리 없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 "입사할 땐 여자 동기 30명…지금은 나 혼자에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30∼34세에 뚝 떨어졌다가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상승하는 M자형 곡선은 변함이 없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여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일보가 국내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0년도에 입사한 대졸 여직원들의 근속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한 대기업의 여성(44) 부장은 “입사 당시 여성 고용촉진정책 덕분에 여자 동기가 30명이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면서 “아이가 만 두 돌, 초등학교 입학할 때 등 엄마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와 여성들이 회사에서 진급하고 중요한 업무나 성과를 요구받는 시기가 맞물려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女, 경제활동 참가율 ↑…상대적 차별 여전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여성시대로 진입했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남성보다 높았고, 의사 법조인 등 일부 계층의 활약상이 과거보다 두드러졌다. 여성 인구도 늘었고, 여성의 기대 수명도 남성보다 6.7년 길었다.

하지만 여성 위상이 강화됐음에도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임금도 오르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박하게 받고 있는 등 여성의 자화상은 개선 여지가 많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학생의 대학진학률(74.5%)은 남학생보다 높지만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대졸 이상 남성보다 23.0%포인트 낮았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8.1%에 불과하며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은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과 임금, 고위직 비율에서는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는 셈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남학생(67.4%)보다 높았다. 남녀 학생 간의 대학진학률 격차는 2012년 5.7%에서 지난해 7.1%로 더 크게 벌어졌으며 전문대학과 4년제 이상 대학 모두 여학생 진학률이 높았다.

대학 진학은 늘었지만 구직활동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전했다.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2%로 전년(49.9%)에 비해 0.3%포인트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남성 경제활동 참가율(73.2%)에 23.0%포인트나 뒤처졌다.

연령대별로는 25~29세가 71.8%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00년 55.9%에 비해 15.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ㆍ육아가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30~34세 58.4%, 35~39세는 55.5%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40대 초반부터 63.9%로 증가세를 보였다.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20.1%에 달했다.

성별 간 임금격차도 여전했다.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 월평균임금(203만3000원)은 남성 월평균 임금의 68.1%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00년 95만4000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남성 대비 여성 임금비는 같은 기간 64.7%에서 68.1%로 소폭 상승했다. 결국 여성의 교육 수준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 등에서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진정한 여성시대로 가기 위해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경력단절녀에 대한 지원이 사회적 화두로 올랐지만, 미취학 자녀가 있는 여성의 72.8%가 육아부담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해 이에 대한 개선 없이는 인구 대비 수만큼의 여성 진출은 힘들어 보인다는 평가다. 특히 사회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워킹맘 4명 중 3명(74.5%)도 육아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 전업주부 육아 스트레스, 워킹맘보다 더 높다

한편, 전업주부가 육아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우울도가 워킹맘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아의 활동성도 전업주부 가정이 가장 낮았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배재대 유아교육과 임현주 교수의 ‘어머니의 취업유형에 따른 영아의 기질, 어머니의 심리적 특성, 양육방식의 차이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임 교수가 2009년 18개월 미만의 영아와 어머니 1863쌍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나는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 등의 문항으로 구성된 자기효능감 부문에서 ‘정규직 엄마’의 점수가 5점 만점에 3.78점으로 가장 높았다. 고용주·자영업자 엄마(3.73점)가 그 뒤를 이었고, 비정규직 엄마(3.66점)와 전업주부 엄마(3.66점)가 가장 낮았다. 자아존중감 부문에서도 전업주부 엄마의 점수(3.46점)가 가장 낮았다. 고용주·자영업자 엄마(3.66점)가 가장 높고 정규직 엄마(3.58점), 비정규직 엄마(3.57점) 순이었다.

‘지난 30일 동안 자신이 가치없는 존재라고 느끼셨습니까’ 등의 문항으로 구성된 우울 분야에선 정규직 엄마의 점수(1.82점)가 가장 낮아 우울을 가장 덜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등의 문항으로 측정한 양육스트레스도 전업주부(2.77점)가 정규직(2.67점), 비정규직(2.58점), 고용주·자영업자(2.58점) 엄마보다 높았다.

어머니의 취업유형은 자녀의 기질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활동적인 놀이를 좋아하는 등의 ‘활동성’ 부문에서 고용주·자영업자 엄마를 둔 영아(4.06)가 가장 높고 ▲정규직(4.0점) ▲비정규직(3.90점) ▲전업주부(3.88점) 엄마의 영아 순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워킹맘 중에서도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면서 “워킹맘의 긍정적 심리 형성을 위해서는 직업의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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