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의학정보 왜곡·간접광고…막나가는 '닥터테이너'

입력 : 2014-11-16 21:48:00 수정 : 2014-11-16 21:48: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종편 등 건강프로 늘면서 부작용 속출 #1. 지난 5월 MBN ‘엄지의 제왕’에 출연한 한 의사는 “밀가루를 잘못 먹으면 뼈가 녹는다. 밀가루 내 단백질인 글루텐이 우리 몸에 독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삽시간에 번져 ‘글루텐 프리’ 식품이 나오는 등 밀가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널리 확산됐다. 그러나 의학계는 “글루텐 위험 논란이 의학적 실체가 없다. 한국인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박 의견을 내놓았다. 논란이 커짐에 따라 방송사는 해당 방영분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지한 상태다.

#2.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고 신해철씨 사건의 이면에는 TV의료프로그램의 간접광고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씨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장협착수술을 집도한 S병원 강모 원장이 JTBC ‘닥터의 승부’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논란이 불거진 뒤 강 원장은 하차했지만, 시청률은 꾸준히 하락 중이며 프로그램 폐지 요청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TV 건강프로그램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닥터테이너’(의사와 연예인의 합성어)의 일방적 주장이 전파를 타면서 왜곡된 의학 상식이 번지거나 병원, 치료법 등에 대한 간접광고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등 문제가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프로 중에서도 ‘인포테인먼트’(정보 전달에 오락적 요소를 더해 제공하는 콘텐츠)의 모양새를 갖춘 프로다. 이들 프로는 정보 전달 기능 위에 예능 프로의 특징을 더했기 때문에 객관적 정보 전달보다는 특정 문제를 과장하는 연출과 편집을 자연스레 사용한다.

특히 종편채널은 제작비 대비 높은 시청률 때문에 건강 인포테인먼트 프로를 프라임 시간대에 모두 편성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이나 전화를 통해 내용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프로 수가 늘어나고 인기도 높아지면서 닥터테이너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일명 ‘떼토크’(다수 패널이 한꺼번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일반화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JTBC ‘닥터의 승부’에는 현재 의사 10명으로 구성된 ‘닥터군단’이 출연하고 있다. 또 출연자 섭외기준으로 의학적 성과나 진료 실력만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건 아니다.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호감형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를 필수 조건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준을 만족시킨다고 해도 닥터테이너로서 방송에 출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의 홍보 효과 때문에 출연자가 방송사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출연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한 의사는 “출연료를 받는 게 아니라 내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성형외과, 치과 등 과목에 따라 시세가 형성돼 있는 걸로 안다. 일종의 PPL 비용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신해철씨의 장협착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출연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JTBC ‘닥터의 승부’. 총 10명으로 구성된 닥터군단이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JTBC 제공
이러다 보니 출연 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수술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는 ‘광고 아닌 광고’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방송심의 규정은 의료행위나 약품에 관한 방송을 규제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종편 방송을 통해 “글루텐은 독소”라고 말했던 의사가 이후 홈쇼핑 방송에서 해독주스를 판매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건강 관련 프로의 포맷을 제한해 닥터테이너 출연 프로의 부작용을 애초에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의사를 고정 출연시키는 걸 피하고 구체적 주제에 맞춰 그때그때 섭외를 달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종편의 경우, 의학정보가 아니라 의사 개개인을 중심으로 프로를 만들어 스타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경우 출연자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정보를 과장, 왜곡하는 경우가 생긴다. 고정패널 활용을 최소화해 닥터테이너의 부작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