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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취업 성공? 불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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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8 05:00:00 수정 : 2015-02-15 16: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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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2~3일 밤샘 근무, 월 150만원 미만의 임금…"정규직 전환? 어느 나라 얘긴가요"

“1년 전 어렵게 입사한 뒤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평일엔 보통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 오후 9시30분 퇴근합니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밤 12시까지 일한 적도 있어요. 그렇다고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이러다 결혼은 언제 하나 싶어요.” (중소기업 직원 김모씨·28세)

20~30대 취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지속된 불황으로 취업도 어렵지만 설령 험난한 취업 관문을 뚫었다고 해도 인턴사원이나 비정규직 등이 많아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녹록하지 않은 주변 상황은 자기 위축으로 이어져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대도 멀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대 고용률은 1년 사이 0.2%포인트 하락한 59.3%를 기록했다. 전체 고용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60.5%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 여파를 20대가 꼼짝없이 뒤집어쓴 셈이다.

◆ "회사 들어오고 제대로 쉬어본 게 언젠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이미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 버렸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해가 갈수록 높아져 고학점과 높은 토익점수, 인턴경력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스펙’과 ‘스토리’를 합친 ‘스펙토리’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이력서에 한 줄 써넣을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해외봉사 같은 대외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준비생 박모(28)씨는 “이제는 중소기업이나 사회단체 같은 곳에서 인턴을 하는 것이 대기업 취업을 위한 필수코스가 됐다”며 “지난해 말 해외봉사 활동을 다녀온 것도 취업 스펙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자신만의 꿈에 도전하는 20대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서러움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방송작가, 영화 스태프 등 일명 ‘비정규직 열정 노동자’ 32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방송 보조인력은 29.2%가 일주일에 2~3일 밤샘작업을, 55.6%가 1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영화 스태프 역시 응답자의 84.8%가 1년의 절반(6.5달)을 일 없이 쉬었고, 전체 월 평균 임금은 73만8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기업은 20대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하기도 한다.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인턴과 비정규직들에게 자사 제품 판매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몇 해 전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몇몇 증권사들이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게 하는 바람에 일부 인턴이 빚과 손실을 떠안은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최모(29)씨는 “몇 년 전 정규직 전환이란 말에 혹해서 대기업 영업직 인턴사원을 했었다”며 “결국 휴대전화 판매만 하다 정규직은커녕 수료증 한 장만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고용주들의 횡포도 여전하다. 아르바이트 대학생 395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8%가 임금체불과 욕설·성희롱 등 “고용주로부터 횡포나 착취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성장을 해도 이전만큼 고용효과가 생기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구직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갈수록 '열악'…비정규직 근로자 첫 600만명 돌파

한편, 비정규직 근로자가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1000명(2.2%)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을 돌파한 것은 2002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32.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비정규직 유형 중 ‘시간제 근로자’가 20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8000명(7.9%)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시간제 근로자란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다.

비정규직의 임금·사회보험·복지는 더 열악해졌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2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정규직의 임금은 260만4000억원으로 2.3% 늘었지만 비정규직은 145만3000원으로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1년간 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이 비정규직을 추월해 임금 격차가 더 확대됐다.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82.1%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올라갔지만, 비정규직은 38.4%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내려갔다. 건강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이 84.1%로 0.6%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비정규직은 44.7%로 1.5%포인트 떨어졌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이 1.4%포인트 오르는 동안 비정규직은 0.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정규직의 퇴직금 수혜율이 82.0%로 0.2%포인트 올랐지만, 비정규직은 39.5%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시간외수당과 유급 휴일 측면에서도 정규직의 수혜율이 0.4%포인트, 0.7%포인트씩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0.6%포인트, 1.0%포인트씩 내렸다.

◆ 최근 1년간 증가한 비정규직 63%는 55세 이상 여성

이와 함께 최근 1년 동안 증가한 비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6명은 55세 이상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비정규직은 지난해 573만2000명에서 올해 591만1000명으로 17만9000명 늘었다. 이 기간 늘어난 비정규직의 성·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55세 이상 여성이 11만3000명(78만5000→89만8000명)으로 전체 증가폭의 63.1%나 차지했다. 이어 ▲55세 이상 남성 6만4000명 ▲35~54세 남성 5만8000명 ▲15~24세 여성 1만9000명 순이었다.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25~34세 연령대는 남성이 4만1000명 줄었고 여성은 2000명 감소했다. 여성의 경우 35~54세가 3만7000명 줄어 가장 많이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전보다 더 많은 노후 생활자금이 필요한데다 청년실업 문제로 자녀의 독립이 늦어져 55세 이상 여성들이 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체 여성 비정규직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2007년에는 남성과 여성 비정규직 규모가 비슷했지만 올 3월 기준으로 여성이 317만7000명으로 남성의 273만4000명보다 44만3000명 많았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커졌다. 이 기간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64.1%에서 56.1%로 줄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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