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체중 관리도 빈부 격차

#2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학업을 이유로 서울에 올라와 9년 동안 자취를 하고 있다. 공과금과 시험 응시료 등을 내고 나면 한 달 용돈 50만원은 늘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의 주식은 2700원짜리 도시락과 라면. 불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식생활 탓에 70㎏이었던 이씨의 몸무게는 현재 100㎏에 육박한다. 3개월에 일시불 18만원인 피트니스센터 등록비도 이씨에겐 사치로만 느껴졌다. 지난 10월 모 은행 면접에서 이씨는 ‘자기 관리가 부족해 보인다’는 말을 들은 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외모가 중시되는 시대에 날씬함은 ‘경쟁력’이다.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운동, 다이어트 보조식품, 의료 시술을 찾는 이들이 느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체중·몸매 관리 격차가 커지면서 ‘피트니스 푸어(Fitness Poor)’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빅데이터(2002∼2013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등을 포함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지난해 초고도비만율은 1.23%(남 0.87%·여 1.57%)에 이른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가장 보험료를 많이 내는 상위 5%에서는 이 비율이 0.35%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의 초고도비만율이 최상위 고소득층의 3.5배에 이르는 셈이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저소득층에서 초고도비만이 많은 것은 채소·과일 등 건강식품보다 패스트푸드 섭취가 더 잦고 운동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며 “초고도비만이 다시 심리적 위축과 경제활동 참여 부진으로 이어져 저소득 요인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권이선·김건호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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