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정면(사진 왼쪽)은 잘 관리돼 대리석 특유의 색상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성당 측면에는 기둥, 장식, 조각상 등에 때가 잔뜩 끼어 있다. |
이탈리아 문화재 보존·복원 정책의 명암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랜 세월 축적·발전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인력은 문화재 보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위기로 현장에서는 “정부가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표출되고 있다.
로마 국립복원학교의 작업실에서 학생들이 문화재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5년 동안 학생들을 크게 세 코스의 교육을 이수시키고, 현장실습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
1939년에 설립된 5년제 과정의 국립복원학교는 매년 최대 15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학생들에게 문화재 재질별로 크게 셋으로 나뉜 교육 과정을 거치게 하며, 현장실습 비율을 절반으로 해 실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수 1명에게 배정되는 학생 수는 법률상 최대 5명이지만, 실제로는 3명을 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학생이 문화재를 직접 다루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이런 밀착식 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소수 인원을 선발해 현장실습을 강조하는 기조는 비슷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보수·복원 기관인 국립복원연구소 피렌체전시관지부는 해마다 5명을 선발해 5년간 가르치고, 현장실습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올여름에는 볼로냐에 있는 산 페트로니오 성당의 보수 작업에 참여했다. 프랑스 문화유산보전복원센터 정수희 박사연구원은 “배우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직접 다루면 자부심이나 책임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졸업 후 바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이탈리아처럼 체계적인 학제를 만들고 커리큘럼을 개발해 인력의 선발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문화재 보수·복원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별다른 교육 없이도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인력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렌체에서 만난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문화재 보존·복원에 관련된) 제도를 정비한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불만은 이탈리아의 경제위기에서 비롯됐다. 재정이 악화되면서 정부 산하 기관인 국공립박물관협회, 국립복원연구소 등에 인건비 말고는 지원되는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니 박물관, 미술관의 상당수가 관광수입만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이마저도 없어 유명 박물관의 수입을 나눠 쓰는 중소박물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보수·복원 관련 기관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것을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문화재 역시 눈에 띄었다. 수백년은 됨 직한 유적에는 잡초가 자라고 낙서로 더럽혀진 곳이 있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을 까맣게 덮은 때자국은 매연과 공기 중 화학 작용 등으로 생기는 것인데, 제때에 제거하지 않을 경우 대리석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로마·피렌체=글·사진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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