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상투적인 이야기이겠거니 하는 관념을 접고, 관람객 뒤에서 한두 편 끝까지 읽어내려 가니,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이 왔다. 어머니란 각자의 삶이 시작된 곳이자 유년시절의 전부가 아니었던가. 특히 여성들은 늘 붙박이장처럼 익숙해 있던 어머니의 내면과 마주치는 순간 그리움이 앞을 가렸을 터이다. 어머니를 추억하는 애틋한 사연을 읽고 그리움과 함께 죄송한 마음이 솟구쳤을까. 몇몇 주부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 전에서는 관람객들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
나이보다 더 많은 세월의 무게를 이고 있는 주름진 어머니 얼굴이며, 늦은 밤 언 김치를 반찬으로 밥 한술을 달게 잡수는 어머니 사진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어머니의 손때 묻은 반짇고리, 쇠절구, 도시락 등 소품을 감상하고 나니, 서너 개의 영상관이 기다리고 있다. 글과 삽화만으로 제작된 동영상을 감상하는데, 한 인간에게 어머니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하는 깊은 울림이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전은 한마디로, 험난한 세월을 굽이쳐 흐르며 메마른 자녀 가슴에 묵묵히 물줄기를 내어주는 사랑의 강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평화운동을 하는 종교도 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종교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볼 때 좋은 어머니를 육성하는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종교마다 여러 방법으로 자녀교육에 힘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1월11일까지 열리는 ‘어머니’ 전은 오늘날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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