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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金겹살' 가격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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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8 05:00:00 수정 : 2014-12-31 15: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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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먹을 생각으로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삼겹살 1근(600g) 가격이 2만3000원이었고, 무항생제 구이용 목심은 이보다 더 비싼 500g당 2만3800원을 받았다. 김씨는 “내가 한우를 돼지고기로 착각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돼지고기 가격표가 맞았다”고 밝혔다.

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소비자 가격이 계속해 오르는 것은 중간에 유통거품이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돼지고기는 중간 유통비용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나 정부의 유통시장 합리화 방안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최근 '2014년도 축산물 유통실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축산 농민들이 다 키운 소를 판매할 경우 한 마리에 658만원을 받는 반면, 소고기로 사서 먹는 소비자들은 1151만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돼지고기 중간 유통비 비율 46%, 소고기는 42%

즉, 농가가 받는 소값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소고기 가격의 차이인 493만원이 유통비용인 것. 소고기 유통비 비율이 42.8%에 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소고기 유통비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4%에 비해 3.6%p 낮아졌지만, 40%를 웃돌면서 소고기의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른바 ‘금겹살’ 논란을 빚고 있는 돼지고기의 경우 유통비 비율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가가 받는 돼지 1마리 가격은 41만2000원이지만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돼지고기 한 마리 가격은 76만3000원으로, 중간 유통비용이 35만1000원이나 됐다. 중간 유통비 비율이 4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유통비 비율 45.2% 보다 오히려 0.8%p나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돼지고기의 유통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돼지고기 한 마리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61만9000원에서 올해는 76만 3000원으로 23.3%나 급등했다.

◆ 돼지고기 값 급등…국내 육가공 업체들도 비상

국내산 돼지고기 값 급등에 이어 미국 서부항만 노조 파업으로 돈육 수입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육가공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식품업체들이 만두나 돈가스 등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냉동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비수기인 겨울에 때아닌 돼지고기 값 파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뒷다리살은 통상 ㎏당 3100원 정도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당 4800~5100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돼지고기 평균값도 올 초 ㎏당 3400원에서 이달 1일 기준 5100원대로 11개월 만에 50%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만두·떡갈비·돈가스 등 냉동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비수기임에도 돼지고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돼지사육 농가들이 가격 자율조정에 나섰다. 농가에서 자율조정을 통해 돼지가격을 인하한 것은 올 7월 초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대한한돈협회와 농·축협은 돼지고기 가격 이상급등기에 생산자와 소비자·가공업체의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이사회를 열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비수기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캐나다, 칠레, 일본 등에서 돼지 유행성설사병(PED)이 번져 국제시세가 크게 오른데다, 국내에서 오리에 이어 토종닭까지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이 확산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 '가격 급등→수입 증가→생산 과잉→가격 폭락' 악순환 피하려면

한돈협회와 농·축협은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박피 ㎏당 6000원 이상, 탕박 5700원 이상이면 각각 2% 인하하기로 했다. 또 박피 5500원 이상~6000원 미만, 탕박 5200원 이상~5700원 미만이면 각각 1% 내리기로 했다.

자율조정 시도는 돼지고기 가격이 적정하게 형성돼야 농가와 가공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돼지고기 수입이 많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허물어질 수 있고 생산 과잉으로 가격폭락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10월 말까지 돼지고기 수입량은 21만30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8000여t)보다 35%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20만t 이하로 줄었던 연간 돼지고기 수입량이 올해는 23만t도 쉽게 넘어설 전망이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올해 한우 가격이 높고 AI가 오리에 이어 토종닭까지 번지는 바람에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가격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하지만 AI가 진정되면 2015년에는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만큼 농가는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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