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계기 인격권 존중 성찰 필요 오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다. 1948년 제3회 국제연합(UN)총회에서 2차 대전을 전후로 세계적으로 만연했던 인권침해 사태에 대한 인류적 차원의 반성을 촉구하고,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할 것을 상징적으로 선언했던 이 날은 1950년 ‘세계인권선언일’로 선포됐으며, 유엔 회원국들은 정부 주관으로 그 의미를 지속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별과 인종, 종교와 믿음, 문화적 조건 등은 선택의 대상이기보다는 주어지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피부의 색깔에 따라 지능과 성실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거나, 성별에 따라 우월함이 결정된다는 식의 차별은 세계 곳곳에서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인류적 차원에서 차별에 대응하는 방식이 인간 개개인의 권리라는 인식으로 수용되면서 특정한 차별에 대한 지엽적 대응 방식은 인권 차원의 포괄적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 다름을 실존적 존재 방식의 차이로 인정하면서 평화로운 공존의 타당한 이유들을 하나, 둘씩 공감되는 ‘문화 인식의 세계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근대 이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인격과 스스로 행복할 권리를 가진다는 이론은 인격권은 지상의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통제를 벗어나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천부인권설’로 탄생했으며, 18세기 유럽에서 시민계급의 대두를 배경으로 발전했다. 프랑스혁명 때인 1789년 8월26일 제헌국민회의가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저항권, 주권재민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공포한 선언으로 출발했지만, 미주대륙의 북쪽 끝인 캐나다에서부터 남쪽 끝단인 칠레에 이르기까지 신세계의 사회 구성을 위한 핵심 사상이었으며, 유엔이 선언한 ‘세계 인권의 날’의 선언 배경이었고, 시민사회와 대중사회를 경험하는 21세기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삶의 방식을 결정 짓는 매우 큰 정신사적 사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세계 인권의 날’이 범세계적 지원 속에 선포된 것도 벌써 67년이 지나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하기 무색할 만큼 갖가지 사건과 사고로 가득하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 인류학 |
지난 10월 노벨평화상이 마랄라 유사프자이에게 수여되자 사회적 관심은 ‘최연소 수상자’, ‘탈레반’, ‘테러집단’, ‘서구 사회의 분노와 공감’, ‘탈레반 응징’ 등의 권력 중심 키워드에 집중하면서도 인격권 차원에서 소외되고, 격리된 여성의 사회적 자기보호권과 행복권, 그리고 이를 위한 사회 구성원의 공감 등을 향한 인식전환의 성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만델라나 유사프자이를 돌아다 볼 겨를이 없었거나, 우리 주변에는 그러한 존재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감상에 젖어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니었기를, 그리고 이번 기념일에는 많은 사색과 성찰을 희망한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 인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