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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이비리그의 아시안 차별,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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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7 21:39:23 수정 : 2014-12-07 23: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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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성적 우수해도 ‘인종 쿼터’ 불이익 사회서도 빛 못 봐
명문대 합격=성공 착각서 깨어나야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그가 한국에서 대사로 근무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입만 열면 한국의 교육과 한국인의 교육열을 칭찬했다. 그때마다 스티븐스 대사를 만난 많은 한국인이 “오바마 대통령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1970년대 한국에서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근무했고, 한국인과 결혼까지 했던 스티븐스는 한국인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스티븐스는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을 때 넌지시 한국의 교육 문제를 꺼냈다. 특히 한국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에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반응을 전하면서 그런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펄쩍 뛰었다. 오바마는 “한국인이 얼마나 교육에 열정적인지 내가 직접 지켜봐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스티븐스의 조언을 일축했다. 소신파 오바마 대통령은 그 후에도 계속 한국 교육을 칭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시카고시 일대에서 사회 봉사 활동을 했다. 그때 시카고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직업이나 가정의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무조건 교육에 ‘올인’하는 것을 경이로운 눈으로 봤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흑인도 한국인처럼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인 등 아시안이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다수 진학하고 있다. 아시안이 시험 성적만 보면 백인 등 그 어떤 인종 집단보다 단연 앞서 있다. 시험 성적을 앞세운 아시아계가 아이비리그에 밀려들다 보니 대학 당국이 암암리에 아시아계 학생을 차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버드대는 아시아계 학생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상태이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야샤 뭉크 ‘새로운 미국 재단’ 연구원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하버드대의 아시안 차별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명문 대학은 입학 사정관 제도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때 인종별 쿼터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이 가장 높은 아시아계 학생은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야 한다. 뭉크 연구원도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학생 SAT 성적이 백인보다 평균 140점 이상 높고, 2008년 하버드대 지원 SAT 고득점자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계 학생이었으나 그해 최종 합격생의 아시아계 비율은 17%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2013년도 하버드 입학생의 20%가 아시안이고,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톱 3 아이비리그 대학의 아시안 학생 비율은 17∼20%가량으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인구 중 아시안의 비율은 5%가량이다.

국기연 워싱턴특파원
아시안이 아이비리그에 입학할 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그게 절대 아니다. 아이비리그에서 수학한 아시안이 사회에 나가 단단히 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포춘 500대 기업의 아시안 임원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연방 정부 공무원 중에서 아시안의 비율은 6%이나 고위 공무원단에서 아시안의 비율은 3%에 그쳤다.

미국 명문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백인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흥분하는 아시안은 헛발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성공하고, 그 성공을 기반으로 대학의 명예를 드높이거나 모교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큰 지원자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명문대가 아시안 지원자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아시안 명문대 졸업생이 사회 각 분야에서 백인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현실에 눈을 뜨고,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아시안이 목을 매는 학교 간판이 아니라 사회에서 성공에 목표를 두는 인식의 전환이다. 아시안 학부모는 명문대 합격을 자녀 교육의 성공으로 치부하는 화려한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마저도 한국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데까지 보았을 뿐 그 이후 진로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한국인은 그러면 안 된다.

국기연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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