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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치닫는 문체부 내홍

입력 : 2014-12-08 19:00:01 수정 : 2014-12-08 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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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배경 논란 점입가경… 신뢰 바닥 문화체육관광부 A국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얼마 전 문체부 간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주(駐)뉴욕문화원장에 공모했다. 문체부 내부에선 A국장이 문화원장에 내정된 것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인사에서 A국장은 뜻밖에도 문체부 산하 기관의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 문체부 직원들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허탈해한다.

문체부 인사의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아무리 ‘인사란 발표 시점까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곤 해도 예측 가능성이 이렇게 떨어지면 정상적인 조직으로 보기 힘들다. 최근 유진룡 전 장관이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하고, 김종 현 문체부 2차관이 반박에 나서면서 ‘막장드라마’ 같은 문체부 인사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래서는 현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문화융성’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유 전 장관은 지난 7월 면직될 때까지 인사 문제에서 매번 청와대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9월 갑자기 다른 부서로 전보된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 전 장관의 뜻과 무관하게 박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해당 국·과장의 경질을 밀어붙였다. 방송인 자니윤의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을 비롯해 청와대와 유 전 장관이 충돌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김 차관이 부임하며 유 전 장관은 입지가 더 좁아졌다. 김 차관은 박 대통령 측근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한양대 동문이다. 유 전 장관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차관과 이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 생각하면 정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전 장관 후임으로 온 김종덕 장관은 최근 문체부 조직을 개편하며 종전에 1차관 소관이던 관광·종교 업무를 2차관 소관으로 옮겼다. 그동안 체육 등을 관할했던 2차관이 단번에 1차관과 대등해졌다. 김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1급 인사에선 김 차관과 한양대 동문인 B실장이 예술을 관할하는 핵심 부서장에 기용됐다. 이를 두고 한 전직 문체부 간부는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3년 임기가 진작 끝났으나 후임자가 없어 수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과 박선이 영상물등급위원장의 후임자를 조만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아리랑TV 사장,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현재 비어 있거나 곧 공석이 될 자리는 아직 많이 있다. 문체부 인사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누가 임명되더라도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 문체부 간부 C씨는 “서울로 출장 갈 일이 생겨도 서로 눈치만 보다 그냥 세종청사에 머무르게 된다”는 말로 요즘 문체부의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에 공개돼 논란을 부른 ‘여야의 싸움으로 몰고 가야’ 메모를 작성한 우상일 체육국장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우 국장의 메모가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했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이 같은 경우 문체부의 징계 권한이 없어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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