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유병언 재산 수천억 가압류 실효성 논란

이미 금융기관서 근저당… 쥐꼬리 환수 될 듯

검찰이 세월호 유족 배상금과 선체 인양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관계사 등의 재산에 수천억원대의 청구 채권을 가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가압류 대상 물건　상당수가 은행 등에서 이미 근저당을 설정한 상황이어서 실제 건질 수 있는 재산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세월호 참사 조사 과정에서 찾아낸 1228억원 상당의 유 전 회장 측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진행했다. 그러나 세계일보가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의뢰해 일부 가압류　재산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실제 추징 가능한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물건이　유　전　회장이　실소유자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카페다.　검찰은　이　카페에　유　전　회장과　자금　관리인　등이　국가에　배상해야　할　금액을　2300여억원으로　계산해　가압류했다.　동일　건물　동일　면적에　대한　과거　감정평가　사례　등을　고려하면　이　카페의　추정　매매가는　27억원　정도다.　

더구나　이　물건은　이미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　14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압류　또는　가압류는　조세　채권이　아니면　뒷순위로　배당이　주어진다.　

따라서　과거　감정가대로　이　카페가　경매돼도　검찰이　챙길　수　있는　금액은　대략　13억원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검찰은　유병언　등　세월호　사고에　대한　민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국가가　지출하였거나　지출　예정인　사고　수습비용　등을　청구금액으로　해　가압류　했다”며　“가압류　청구　금액은　국가의　유병언　등에　대해　민사상　청구가　가능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가압류　대상　재산의　가액(감정가)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2000억원을　가압류한　청해진해운　소유　장부가액　1억7000만원짜리　제주시　아파트와　전남　여수시　아파트도　국민은행이　근저당권(각각　1억3000만원,　1억1000만원)을　먼저　설정했다.　또　검찰　가압류　전에　제주세무서,　해운회사,　시중은행　두　곳도　차례로　가압류했다.　순번상　검찰이　이　물건에서　현금을　추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균씨와　동생　혁기씨　소유인　경북　청송군　토지는　그나마　좀　낫다.　검찰은　이　물건에　건　가압류금은　615억원이다.　우리은행　근저당(3억6000만원)　외에는　다른　설정이　없다.　땅　시세가　30억∼40억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경매에서　이　땅이　단　번에　팔리면　검찰이　상당액을　추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　전　회장　측의　재산을　반드시　환수하려는　검찰의　의지　표현은　이해하나,　부동산　감정가의　수십∼수백　배에　달하는　가압류　금액　중　후순위　권리를　통해　실제　환수를　얼마나　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