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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절전 UCC’ 제작… 주민은 전기 아껴 경비원 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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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0 21:25:38 수정 : 2014-12-10 2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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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① 서울 성북구 에너지 전환 정책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를 패러디한 건데요, 전기를 마구 쓰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나무라다 결국 떠나요. 나중에 여자 주인공이 전기를 절약하게 되고 남자 주인공이 돌아와 서로 좋아한다는 내용이에요. 깔깔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한성여중에서 김희수 박한별 유수민 3명의 여중생이 밝은 목소리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설명했다. ‘오래된 미래’라는 이 학교 환경동아리 3학년 회원들이 만든 5부작 UCC ‘꽃보다 절약’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주최한 ‘한강사랑 서포터스 우수활동 동아리 발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들은 학생들이 UCC를 보기 전후의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식 변화를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봤다. 희수양은 “‘전기를 절약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35명이 ‘아니요’라고 답했는데 UCC를 본 뒤 15명으로 줄었다”면서 “반 이상 준 거 보니까 재밌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성여중에는 교실마다 전기스위치 켜는 순서를 적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재문 기자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교절전소

한성여중은 성북구 학교절전소 1호다. 절전소는 ‘여럿이 모여 함께 에너지를 절약하면 발전소를 세우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녹색연합 등 녹색성북네트워크와 성북구가 각자 하던 절전소 사업이 성북구 온실가스감축행동계획 수립을 계기로 합쳐지면서 2013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청수골절전소 등 주민커뮤니티 17곳, 석관두산에코절전소 등 공동주택 21곳, 한성여중 등 학교 6곳 등 모두 44곳이 있다.

한성여중은 절전소 활동으로 올 1∼9월 전년 대비 11.5%의 전기를 절감했다. 교사 컴퓨터에 전원차단기를 설치했고 중앙 조절식 냉난방 자동시스템도 도입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학생들에게 나타났다. 스위치 켜는 순서를 정한 스티커나 전기절약 행동지침 같은 것을 만들어 교실에 붙이고 환경축제에도 참가하면서 학생들의 생각이 점차 변해갔다. 환경동아리인 ‘초록에너지수호천사’의 신수진 학생은 “최소한의 전기만 쓰는 것이 불편해도 참게 됐다”고 말했다. 박한별양은 “환경이 나빠진다고 곧바로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이 불편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에너지절약 활동을 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오래된 미래’를 지도하고 있는 윤상혁 교사는 “환경문제가 따분하고 피곤한 것이 되지 않도록 유익하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UCC에서 보듯 스스로 즐겁게 참여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한성여중 환경동아리를 맡고 있는 송윤옥 교사의 3학년5반 학생들이 8일 전기절약 행동지침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성북구 학교절전소 1호로 지정된 한성여중은 올 1∼9월 전년 대비 11.5%의 전기를 절감했다.
이재문 기자
◆상생의 길 찾는 공동주택 절전소


최근 성북구의 공동주택 절전소 몇 곳이 언론에 보도됐다. 전기를 절약한 비용으로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경비원의 임금을 올려주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 석관두산아파트는 올해 가장 많은 전기를 절약한 공동주택 절전소다. 이 아파트는 200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이면서 2012년부터 3년째 지속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신근정 지역에너지팀장은 “입주민이 서로 신뢰하는 공동체문화가 살아 있어야만 가능한 수치”라면서 “처음에는 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신념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동일하이빌뉴시티아파트도 비슷한 사례다. 주상복합아파트로 공용전기 사용량이 많던 이 아파트는 2012∼2013년 겨울 전기요금 폭탄을 맞으면서 절전소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소화수 배관에 부동액을 충전해 3개월간 6000여만원의 공용전기요금을 줄였고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커뮤니티센터와 엘리베이터의 전등을 LED로 교체했는데 6개월이 안 돼 교체비용을 모두 회수했다. 이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경비원이나 미화원의 월급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건 입주민들의 기본인식”이라면서 “꼭 전기 절약분이 아니더라도 다른 비용을 줄여서 인건비 인상분을 100% 반영했다”고 말했다.

◆작은 노력이 모여 큰 흐름 된다

성북구 전체의 10%에 육박하는 가구가 참여한 44개 절전소의 올 1∼9월 절전량은 361만7804㎾h로, 성북구민 2749명이 1년간 사용할 양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6억8000만원에 달한다. 성북구는 매해 1만6000가구씩 참여 가구를 늘려 2020년까지 성북구 전체의 66%가 참여하게 하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20%를 줄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절전소 활동의 최종목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이다. 신근정 팀장은 “우리 후손을 위해 화석 및 원자력 원료에서 벗어나 에너지원과 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절전을 하는 틈틈이 나와 마음 맞는 사람을 물색하고 ▲물색한 사람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 뒤 ▲그렇게 모인 10명의 모임에서 함께 전기를 아끼며 놀다가 ▲이제 우리 진짜 ‘절전’하자고 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또 돈 절약 때문에, 혹은 남들이 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다 보면 귀찮아지기 십상이지만 그럴 땐 에너지는 우리 아이들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윤지희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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