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본지가 특종 보도한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 문건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잠정 규정한 상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을 바탕으로 공익성을 목적으로 보도했다는 측면에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본지 보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본지를 상대로 한 강제수사 역시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정씨가 본지 기자들을 상대로 고소한 혐의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309조)’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조항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보도(위법성의 조각)’였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된다.
법조계에서는 본지가 청와대에서 생산된 공식 문건임을 확인한 뒤 보도했고 청와대가 이를 인정했으므로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측면에서 명예훼손 적용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세계일보가 문건의 최초 작성자도 아닌 데다 청와대의 공식 문건에 나온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것에 불과해 ‘진실로 믿을 상당성’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판결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이 언론사 관계자를 재판에까지 넘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는 청와대와 관련된 사안으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보도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며 “문건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적었다는 부분이 있지 않고, 청와대가 (세계일보 보도 당일) 공식적인 문서라고 인정한 만큼 (보도 당시) 제3자가 이를 봤을 때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 역시 “언론에서 보도된 자료가 청와대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그 자체가 신뢰할 수 있는 문건인 것이라면 ‘신뢰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문건 유출자 등 관련 인물과 지속적으로 확인작업 등의 노력을 다했다면 (청와대 주장대로) 허위 문건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8일 본지가 보도하기 전부터 정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 공익성 역시 충분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본지 보도 이후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등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정씨가 고발까지 된 점을 감안하면 본지에 대한 수사는 명분 없는 수사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세계일보 보도 전에 (정씨 관련) 수많은 의혹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언론에서 당연히 의혹 제기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보도의) 본질은 청와대 비선의 실체가 있는지의 문제인데, 초헌법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집단을 지적하는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는 표현·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김민순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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