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복지 차원 시민과 소통 필요 2015년은 지하철이 생긴 지, 152년이 되는 해이다.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산업혁명이 한참이던 영국 런던에서 개통되었다. 한국에서는 1974년 서울에 지하철이 가장 먼저 생긴 이래, 2015년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거대 지하철 권역은 물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해당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로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1974년 8월15일 광복절에 개통되었던 1호선 구간 요금이 당시 30원이었고, 현재 기본구간 기준으로 1150원이 되었으니, 40년 동안 무려 40배 가까이 오른 셈이며, 이용객 수도 23만명에서 418만명으로 늘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지하철이 수행하는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은 긍정적이다. 더욱이 겨울이 깊어갈수록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진다. 깊은 겨울, 쾌적한 공기를 만끽하거나 풍경을 즐기는 여유보다는 날씨의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중 교통수단으로서 지하철의 효용성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시민의 활동 공간의 동선 또한 다변화되고 길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독창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 개통 150년을 기념하여 CNN이 서울의 지하철을 싱가포르, 홍콩, 도쿄, 스페인, 파리, 뉴욕, 광저우 지하철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았다. 우리의 지하철은 모든 역과 구간에서 휴대전화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지하철일 뿐만 아니라 승강장과 전동차 내에 TV가 설치돼 있고, 에어컨과 온풍기 그리고 겨울철에 난방이 들어오는 따뜻한 의자 등이 갖춰져 있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40년 남짓한 짧은 역사의 우리 지하철이 기술과 편리성 측면에서 세계적인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CNN의 지적처럼 한국의 지하철은 적극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운행 시간이 제한적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연중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처럼 대중이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즐기며,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하철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효율성 못지않게 문화적 소통을 위한 복합 공간으로서의 적극적 활용을 향한 기획과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 인류학 |
지하철 공간이 효율성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제한적 교통수단의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이 다양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동선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형식적인 전시나 시민의 참여가 제한된 공연 형식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개최되는 쌍방향적 문화 소통을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지하철을 찾는 다양한 이용객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획과 연구가 준비되어야 한다. 교통수단으로서의 효율적 장점만이 강조된 채 문화적 소통이 소홀하지 않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지하철 활용은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만족감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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