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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자원외교 졸속·부실 사실로

입력 : 2015-01-02 19:31:50 수정 : 2015-01-03 1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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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 부실기업 알고서도 인수
충분한 검토없이 4일 만에 뚝딱
2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이명박정부 시절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졸속과 부실투성이였다. 대표적 사례인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사 인수과정은 충분한 검토가 없었고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 감사원이 강영원 전 사장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은 ‘묻지마식’ 해외자원투자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감사원 조사를 넘어 해당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에 대한 수사를 주장했다. 이달 활동을 시작할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에서 야당의 대대적 공세가 예상된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석유공사 등의 경영관리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9, 10월 하베스트사의 유전개발 및 정유부분 계열사 인수과정에 적극 개입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혔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2008년 정부 경영평가에서 기관장 ‘보통’, 기관 ‘C’ 등급을 받은 상태에서 이듬해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인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사 내 유전개발 계열사만 인수하려 했다. 정유부분 계열사인 NARL은 경영 악화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하지만 하베스트사가 협상에서 NARL 매수를 요구해 인수가 결렬되자 강 전 사장은 4일 만에 매수를 지시했다. 더욱이 NARL의 시장가격은 주당 7.3달러였으나 강 전 사장은 10달러에 매수하도록 지시했다. 석유공사의 자문사가 하베스트사 제출자료를 근거로 NARL의 자산가치를 주당 9.61달러로 산정한 것보다 더 비싸게 샀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은 과대평가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사장은 또 이사회가 정유부분 사업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자산가치 평가가 잘됐다”고 허위답변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6년 이후 추진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대한 투자 사업에서 578억원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자문보고서를 무시한 채 투자 타당성을 부풀려 이사회에 보고했고 결국 합작회사가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올해부터 5년간 차입금 3350억원을 대납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2011년에도 칠레의 산토도밍고 동(銅) 광산에 투자하면서 광물가격을 당시 실제보다 비싸게 적용해 경제성을 과장했고 5000만달러 이상 ‘바가지’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2010년 영국의 석유탐사업체 다나사를 인수한 뒤 남은 예산으로 임직원 1025명 전원에게 LED TV 또는 노트북 등 13억원 상당의 현물을 나눠줬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과정에서 제기됐던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론이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가족 특혜설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하거나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 부총리는 하베스트사 인수의 구체적 개입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별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통화에서 “정책으로 수립한 최고결정권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수를 결정한 최 부총리가 있는데도, 조사조차 안 했다”며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린 조사 결과”라고 반발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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