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취약한 간편결제 너도나도… 제2참사 잠복 지난해 1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세월호 침몰사고가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다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보안불감증’에 대한 경고였다. 정부는 서둘러 주민번호 수집 전면 금지 등 후속대책을 쏟아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정보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금융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1년 정부가 파악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1건(피해자 1322만명)이었으나 2014년 1∼7월 집계된 것만 34건에 피해자는 9878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피해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행자부는 “2014년은 카드사 유출 사고 후 정부합동수사단의 집중단속으로 단속 건수가 급증했고, 유출 발견 신고일 기준 통계이므로 실제 유출 시점은 그 이전”이라고 밝혔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의 직접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나 카드사 모두 사후 대책이나 소비자 보상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유출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3월,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드라마 속 의상을 사지 못한다는 일명 ‘천송이코트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결제 간편화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의 성화에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출시했다. 문제는 새 간편결제 시스템이 보안성을 더욱 강화한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서 단순히 안전망 역할을 하던 절차만 하나 없앴다는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지금까지는 30만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로 한 번 더 걸렀기 때문에 (부정사용) 사고가 나도 30만원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카드 한도액까지 털릴 수도 있다”며 “사행성 게임, 도박 사이트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데 완벽하게 보안이 되는 게 아니어서 대형 사고가 또 터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각광받는 카드사 ‘앱카드(애플리케이션형 모바일카드)’의 명의도용 사고가 터지는 등 진화된 수법을 이용한 정보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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