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SW 깔아 해커작업 감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5년 전 북한 네트워크에 은밀히 침투해 감시·추적 프로그램을 심어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신속하게 지목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새로 공개된 NSA 기밀문서와 국내외 전직 관료들의 말을 토대로 NSA가 2010년 한국 등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아 북한 네트워크에 침투했다고 보도했다. NSA는 북한을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중국 네트워크를 뚫어 북한 해커들이 애용하는 말레이시아 회선을 잡아낸 뒤 북한 네트워크로 직접 들어갔다. NSA는 이후 북한 해커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네트워크상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깔았다고 한 관료가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의 ‘조기경보 레이더’가 수집한 정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 해킹사건의 책임을 김정은 북한 정권에 추궁하게 된 결정적 증거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 제재조치까지 취할 정도로 확신을 갖고 북한을 몰아붙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사이버공격의 배후로 지목한 일이 그동안 전혀 없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보고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는 데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제임스 루이스는 “사이버공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미국 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신속함과 확신은 그들이 일종의 내막을 훤히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해커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는데도 소니 해킹이 본격화한 지난해 9월 바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의아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북한은 특히 ‘인터뷰’ 예고편이 공개된 지난해 6월부터 보복을 예고한 터였다. 당국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았다는 한 소식통은 “해커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중했고 인내력을 발휘했다”면서도 “하지만 당국은 11월24일 발생한 사이버공격이 얼마나 혹독한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소니에 불만을 품은 퇴직 직원에 의한 ‘내부자 소행설’ 등이 꾸준히 제기되는 과정에서 미 정부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았던 대목이다. 미국 정부는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구체적 근거를 공개할 경우 그동안 수십억달러를 들여 이란 등 적국 컴퓨터 시스템에 감시·파괴 프로그램을 심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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