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포털 연재료… 그마저도 데뷔 성공한 '完生'의 몫
' |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신인 만화가가 네이버와 다음에 연재했을 때 받는 고료는 한 달에 160만원이다. 지난해 네이버는 월 150만원, 다음이 월 120만원을 신인에게 주던 것에 비하면 사정은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하루에 10시간 이상 앉아서 작업에 몰두하고 마감 전날이면 20시간 이상 일하는 작가들에게 현재의 고료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만화가협회 이충호 회장은 “최근 들어 포털에서 최저고료를 조금 올려주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잡지 시대에 비하면 고료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올려야 비인기·신인 만화가들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데뷔에 성공한 작가들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고료라도 받지만 3∼4년째 데뷔하지 못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만화만 그리는 예비작가들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네이버에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도전만화’ 코너를 통해 14만명의 아마추어 작가가 활동 중이다. 여기에 매주 작품을 꾸준히 올리고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게 되면 ‘베스트 도전’을 거쳐 정식 연재가 되기도 한다. ‘웹툰리그’를 운영하는 다음에도 수만명의 예비작가가 만화가의 꿈을 안고 작품을 연재 중이다. 다음은 우승한 작가에게 정식으로 포털에 연재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통해 데뷔한 작가는 15명 정도다. 세종대 한창완 교수(만화애니메이션학)는 “두 포털의 서비스는 무명작가들의 길을 열어줬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장 진입 장벽은 낮아진 것 같지만 너무 많은 도전자가 한꺼번에 몰려 되레 데뷔가 어려워진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웹툰은 2003년 처음 등장했다. 다음이 ‘만화 속 세상’ 코너를 열면서 작가와 독자 모두 잡지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갑’의 지위가 출판사에서 포털로 이동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명 작품이 없는 작가들의 최대 고민은 차기작이 포털에 실릴 수 있는지다. 만화가 전진석(37)씨는 “잡지만화 시절에는 출판사에서 작품이 끝나기 전에 먼저 제의하는 경우가 많아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크게 안 했다”며 “지금은 포털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짜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만화가 서모(34)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씨는 2013년 7월 한 웹툰 연재가 끝난 뒤 드라마·액션·스포츠 등의 웹툰 연재를 제안했지만 포털 측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진부하다”, “누구를 주 독자층으로 삼는지 모르겠다” 등이었다. 서씨는 “저의 사례는 다수의 만화가들에게 일상적인 것”이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작가들은 웹툰이 네티즌들에게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원씨는 “공짜로 웹툰을 즐기다가 완결되면 유료화되는데 이를 두고 ‘초심을 잃었다’고 욕설을 퍼붓는 독자가 있었다”며 “만화도 콘텐츠인 만큼 공짜라는 인식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화가 원현재(33)씨가 웹툰을 그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전문가들은 만화가들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수익 다변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 원장은 “아직까지 만화계가 저평가돼 있다”며 “양대 포털 사이트에 집중된 플랫폼을 더 넓게 확산하고 ‘미생’처럼 만화 이후 다른 상품으로 파생시키는 것을 정책적으로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르가 편중되지 않도록 비인기 장르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교수는 “순정·학습·소년 장르의 만화도 꾸준히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분야의 서비스 지원 정책을 활성화해 작가들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