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체감 경기도 밑바닥 “일본형 저성장 구조 들어간 듯”
정부는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의 주요지표가 개선세를 보여 올해 경기회복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정체돼 있고 전망도 불확실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체 산업생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은 2001년 전년 대비 4.4%를 기록하고 이듬해 8.4%로 뛰어오른 뒤 증감을 반복하다가 2012년 1.2%, 2013년 1.6%에 이어 지난해 1.1%에 머물렀다.
지난해 광공업생산은 기타운송장비, 영상음향통신 등에서 감소했지만 자동차, 1차 금속 등이 늘어 전년 대비 증감률이 0%를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6.0%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서비스업생산은 예술·스포츠·여가, 도소매 등에서 감소했으나 금융·보험, 보건·사회복지, 부동산·임대 등에서 늘어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소비 수준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승용차 등 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늘어 전년보다 1.6%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특수 산업용 기계 등에서 투자가 늘어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공사 실적이 줄어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광공업생산은 영상음향통신(-8.6%), 기타운송장비(-3.5%) 등에서 감소했지만 자동차(6.3%), 반도체 및 부품(4.4%) 등이 늘어 전월보다 3.0% 증가했다.
새해 들어 기업들의 체감 경기 역시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BSI는 73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4월 82였던 이 지수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5월 79로 하락하고서 9개월째 70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체감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나빠졌다. 중소기업(69→71)과 내수기업 BSI(71→73)는 전월보다 2포인트씩 올랐다. 반면 대기업(77→76)과 수출기업 BSI(76→75)은 각각 1포인트 떨어졌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 경제가 일본형 저성장 구조에 들어간 것 같다”며 “전체 산업생산은 국내총생산(GDP)의 선행지수로 볼 수 있는데, 수치가 안 좋으면 연간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속보치(3.3%)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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