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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 오뚝이 스토리

입력 : 2015-02-04 20:56:11 수정 : 2015-02-04 20: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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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女서 수출일꾼 ‘장그래’로

7년 만에 재취업 국제기계공구 김민정 과장


결혼과 임신으로 정든 직장을 떠난 여성이 육아와 살림에만 전념하다 재취업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 국제기계공구에서 일하는 김민정(42·사진) 과장 역시 경력단절 여성으로 넘기 힘든 취업문에 맞닥뜨려야 했다. 김 과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밥만 하다 뛰어나온 아줌마’,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고졸’이 매일 같이 구직자리를 찾아다니면서 100통이 넘는 이력서를 들이밀었으나 합격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고맙게도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다시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와 2011년 9월 아침 7년여 만에 감격스러운 출근길에 올랐고, 일이 ‘끝내주게’ 재밌었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에 회사에 보탬이 될 일을 스스로 찾아나섰다. 그는 4일 “그러다 수출을 통해 회사 수익을 키우자는 욕심에 수출 초보기업의 ‘왕초보’ 무역일꾼이 되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수출 공문에서 난생 처음 접하는 생소한 문장을 마주하고 보니 막막한 것이 겁부터 났다고 한다. 수출을 대리하는 컨설팅 업체에 부탁해 알음알음 대처하던 그는 무늬만 수출 담당자여서는 안 되겠기에 틈틈이 무역 실무교육을 받았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가 그랬듯 깨지면서 바닥부터 배우고 또 배웠다. 그렇게 해 2009년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수출 1건을 수주해 납기일에 맞춰 1200만원어치 물건을 선적했다. 주문도 쌓여 지난해에는 매출의 3% 정도인 1억5000만원대까지 키웠다. 올해는 매출의 20%를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김 과장은 이 같은 좌충우돌 경험담을 무역협회가 공모한 수기 공모전에 제출, 최우수상을 타는 기염을 토했다.

무역협회가 전자책 형태로 ‘열정은 세계시장 어디서나 통한다’라는 이름을 붙여 펴낸 수기집에는 이 밖에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수출업체인 애니룩스의 고예름 대표의 베트남 원정기도 눈길을 끈다. 고 대표는 영업 경험도 없고, 베트남어도 모르면서 현지 뜨거운 날씨도 마다않고 ‘007 가방’을 들고 오토바이를 얻어 타며 바이어를 찾아다닌 끝에 작년 2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기까지 뒷얘기를 소개했다. 2개월 동안 수출업체를 설득한 끝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1억5000만원의 수입관세를 절감한 의약품 원료 수입업체 JW홀딩스의 신지섭 주임은 FTA 활용법을 전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투자 실패 딛고 ‘재도약’ 나래 펴다

‘둘리’제작 동우에이앤이, 회생 절차 마치고 ‘우뚝’


서울 구로구에 있는 동우에이앤이(옛 동우애니메이션)는 1991년 설립된 국내 1위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둘리, 유희왕, 빨간망토 차차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여러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매년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2002년 세계 10대 애니 제작사에도 선정됐다.

영업이익률 20%대로 잘나가던 회사가 내리막을 걷게 된 건 한순간이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받는 120억원이 사채로 전환되면서 매년 이자만 8억∼9억원으로 불었고, 야심 차게 준비한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실패했다. 여기다 경기침체에도 송도애니파크를 추진했는데 무리한 투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결국 지난해 4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처지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동우에이앤이는 끝가지 포기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회생컨설팅 덕분에 법원 회생절차 인가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기업 회생절차를 조기에 마쳤다. 19살 때 일본에서 하청받은 동화를 채색하는 작은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김영두(51) 대표는 정부가 지원한 기업회생컨설팅을 받은 뒤 “마치 오랜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기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회생컨설팅 사업부 직원들이 마치 제집 일인 양 꼼꼼하게 법정관리 절차의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해결책을 찾아줬다”며 “회생절차 소용비용 3000만원을 지원받은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회사는 어려움을 넘기면서 마블코믹스, 드림웍스 등 미국 애니 제작사들로부터 헐크, 스파이더맨, 터보 등의 작품을 수주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때 700명이 넘던 동우에이앤이의 직원 수는 40여명으로 줄었다. 김 대표는 “수익성이 높은 창작 및 국제공동기획 작품 비중을 계속 높여 가겠다”며 이번 경험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회사가 회생절차와 회생컨설팅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세계 메이저 제작사들과 제휴를 통해 축적한 애니메이션 노하우는 물론 회사가 보유한 토종 캐릭터까지 상실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중소기업청은 4일 동우에이앤이 등 벤처·창업·재도전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담은 ‘성큼성큼 스타트업 성공이야기’를 발간했다. 원가 절감형 태양전지 신소재를 개발한 ‘엠페코’ 등 16개 창업 사례, 동우에이앤이 등 15개 성장·재투자·재도전 기업 사례가 담겼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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