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정비를 받고 나오는 F-16 전투기(자료사진) |
대한항공이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 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 입찰에 불참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대한항공의 불참이 현실화되면 KF-X 사업은 유찰로 인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9일 오전 “대한항공이 이날 오후 4시까지 방위사업청에 접수하기로 한 KF-X 사업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2일 대한항공은 유럽 항공산업체인 에어버스 D&S와 KF-X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대한항공의 불참은 ‘돌발상황’이라기보다는 ‘전략적 후퇴’의 성격이 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어버스 D&S와의 합의사항을 제안서에 넣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1차 입찰을 유찰시켜 제안서를 충실하게 보강해 이달 하순 재입찰에 참여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제안서 미제출에 대해) 에어버스 D&S측에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전해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법상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무기 도입사업은 경쟁체제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1개 업체만 참여하거나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입찰은 유찰되고 사업재공고를 거쳐 2차 입찰에 돌입한다. 2차 입찰에서도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KF-X 사업 일정의 지연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전 10시에 실시한 KF-X 전자입찰에 KAI는 입찰 신청을 했지만 대한항공은 참여하지 않았다”며 "유찰이 예상되면서 오후 4시 마감까지 KAI도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내일부터 재공고 절차에 들어가 24일 재입찰한다”고 설명했다.
KF-X가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 해도 군 당국이 ‘2016~2020 국방중기계획’을 작성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고려해 전력 증강 우선순위와 예산의 조정에 나선 것은 KF-X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은 자금력과 오너십에서 KAI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유로파이터를 개발한 에어버스 D&S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약점으로 지적된 기술력도 보강했다.
반면 KAI는 T-50과 수리온 헬기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경험을 바탕으로 KF-X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KF-X는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공군의 KF-16 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8조8000억원 가운데 60%는 정부가 투자하며, 나머지는 인도네시아(20%)와 국내외 참여업체(20%)가 부담한다. 양산비용과 운영유지비를 합치면 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개발에만 10년6개월이 소요되며 기체 개발에 8조1000억원, 무장 개발에 7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상반기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개발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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