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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산업이 미래 트렌드… 가능성만 보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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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13 21:24:32 수정 : 2015-02-13 23: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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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30代 벤처투자 큰손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매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 세계 3대 컨설팅 회사로 꼽히는 기업이다. 젊은 나이에 이들 회사에 들어간다는 건 한국에서 출세를 보장 받는 일이나 다름없다. 외부에서 임원을 ‘수혈’하려는 대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기업(스타트업) 대상 투자기업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35)도 26세에 이런 행운을 잡았다. (KAIST) 산업공학과 최우수 졸업에 빛나는 학벌,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츄어와 NHN(네이버 전신)에서 근무한 경력을 앞세워 2006년부터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때려치우고 당시 사회적으로 별 볼일 없던 벤처캐피탈 업계에 뛰어들었다.

임 대표는 13일 “어린 나이에 멋있게 일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보스턴컨설팅에 지원했다”며 “거기에서 이미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일은 정말 재미도 없고, 마음에도 와 닿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마침 벤처캐피털 업체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2007년 미련 없이 옮겼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당시 인터넷 관련 창업기업에 주로 투자했다. 잘나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암흑기’에 처한 벤처 생태계로 옮기겠다는 그의 결단을 전해들은 지인 가운데는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13일 창업초기 기업 대상 투자사업 경험과 창업의 의미, 미래 비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한결같이 ‘여기가 미국 실리콘밸리도 아닌데 벤처 투자로 돈을 벌 수 있겠느냐’, ‘벤처 거품이 꺼진 지 한창이고 경제도 안 좋은 마당에 네이버가 1위로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성공한 인터넷 벤처를 키울 수 있겠느냐’는 등 수없는 우려를 들어야 했을 정도로 당시 벤처업계의 현실은 엄혹했다.

임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들어가 3학년 때 산업공학과로 전과하기는 했지만, 원래부터 엔지니어라 기술에 대한 ‘로망’이 컸다”며 “그런 만큼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벤처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 특히 인터넷 투자는 안 된다고 고개부터 젓는 업계 현실에 ‘되도록 만들겠다’는 오기 같은 것도 작용했다고 한다.

보스턴컨설팅을 버리고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5년간 일한 것이 오히려 임 대표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는 “지금이야 창조경제를 내세우다보니 정부가 벤처 투자를 지원하고 기술금융을 유도하지만, 2007년만 해도 이런 뒷받침은 없었다”며 “그런데도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담보나 연대보증을 안 잡고, 심지어 매출도 없는 기업에도 기술을 믿고 투자하는 선진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에서 기술금융 경력을 쌓으면서 훗날 국민 게임 ‘애니팡’을 히트시킨 선데이토즈를 발굴해 창업 초기부터 투자에 나섰다. 이를 비롯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한 업체를 4개나 배출했다. 모바일 소셜 커머스 업체인 로티플도 한 예이다. 이 기업을 카카오가 인수하면서 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연을 맺게 되고, 이게 발판이 돼 김 의장과 함께 2012년 4월 케이큐브벤처스를 세운 임 대표는 업계 최연소(32세) CEO에 올랐다.

임 대표는 “김 의장과도 현재 돈을 잘 벌고 있는 벤처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자고 의기투합했다”며 “그래서 매출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않은 기업, 즉 인적 구성만 갖췄다면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케이큐브벤처스는 39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이 중 70%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않은 창업 초기에 진행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 대표가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 중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그는 “갈수록 세상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말랑말랑한 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은 자명하다”며 “산업적으로 봐도 제조업은 더 이상 중국 추격으로 차별화가 어렵지만, 소프트웨어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지만 의미 있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이미 창업 초기 투자 대비 100배 수익을 가져다준 기업도 나오고 있다”며 “이런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면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오로지 기술 기반으로 투자하는 기술금융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 대표에게 성공 기업의 DNA에 대해 물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본다”며 “그런 창업이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의미 있는 창업이 많아져야 세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임 대표는 “의미 있는 창업이라면 그 회사가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경험을 쌓은 이가 다시 일어서기 마련”이라며 “이렇게 해서 창업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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