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방본부 감사팀이 소방응급대원(소방대원)에게 무료로 주는 커피를 제공하지 말라고 병원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와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소방본부 감사팀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으로부터 ‘앞으로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서면 확인서를 받아 갔다.
이 병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자를 이송해온 소방대원에게 무료로 병원소속 카페의 커피·생수를 제공해왔다. 무료 커피는 소방대원이 소속과 이름을 쓰고 카페를 이용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 시민이 "소방관들이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대가로 커피를 무료로 마신다"는 내용의 제보를 서울시 소방본부 감사팀에 해 왔다. 감사팀은 자체조사를 통해 순천향대 병원 측에 관련사실을 확인한 뒤 병원 측에 무료 커피 제공을 중단해달라고 통보했다.
순천향대병원 측은 선의로 베푼 조치인데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황당해하는 표정이다. 순천향대 병원 관계자는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감사팀이 확인서까지 받아갔다"며 "아무튼 앞으로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은 국민안전처 통합 등으로 안그래도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커피 한 잔에 대해서까지 뇌물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응급환자가 아닌 이상 환자가 요구하는 대로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특혜를 받으려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감사팀은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일부 병원관계자들이 명부에 이름을 쓰고 공짜로 커피를 먹는 경우도 있어 막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감사팀 관계자는 "이번 일로 정식 감사를 실시하지도 않았고, 징계를 받은 이도 없다"면서 "다만 혹시라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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