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 = (좌)펩시 (우)코카콜라> |
라이벌을 겨냥해 자신과 비교하는 ‘비교광고’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비교광고는 동일한 상품을 내놓는 경쟁업체의 이름이나 상징을 등장시키고 이를 자사 상품과 비교하는 방식의 광고다.
글로벌 브랜드 간 비교 광고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브랜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펩시는 1973년 ‘눈을 가리고 먹으면 펩시콜라가 더 맛있다’는 결과를 담은 콜라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TV 광고로 내보냈다. 비교 광고가 흔하지 않았던 당시, 이 같은 펩시의 광고는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펩시는 이후에도 코카콜라를 활용한 비교 광고를 꾸준히 진행했다.
지난 2013년에도 펩시는 “무시무시한 할로윈 데이를 보내기 바란다”는 문구와 코카콜라 마크가 새겨진 빨간 망토를 두른 펩시 캔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했다. 코카콜라는 동일한 사진에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어한다”는 문구를 넣어 펩시콜라의 비교 광고를 맞받아쳤다. 문구 하나로 완전히 반대 되는 뜻의 비교 광고를 시행한 셈이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패스트푸드 시장의 강자다.
이들 역시 꾸준한 비교 광고를 통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했다. 맥도날드의 마스코트인 로날드가 외투로 몸을 가린 채 버거킹 매장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장면을 담은 광고 이미지는 유명하다. 맥도날드는 이에 대응해 더욱 직접적인 비교광고는 내놓기도 했다. 한 소년이 벤치에 앉아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먹으려 하지만 그 때마다 사람들이 소년의 감자튀김을 빼앗아 먹는다. 연거푸 감자튀김을 뺏긴 소년은 다시 감자튀김을 사오고 이번에는 버거킹 종이봉투로 감자튀김을 가리고 먹는다. 그러자 사람들이 아까와 달리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나간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비교 광고의 영향력은 크다. 신생업체가 단숨에 도약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랑 받는다. 배달음식 주문업체 배달통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배달앱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을 겨냥한 옥외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홍보 모델인 배우 류승룡의 모습과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잘먹고 잘살자”와같은 문구를 담아 버스 정류장, 지하철 승강장 광고판 등을 통해 광고를 실시한 바 있다. 배달통은 배달의 민족 광고판 바로 옆 또는 비슷한 위치한 배우 마동석의 모습과 “살찌는 것이 죄라면 배달통은 무기징역”, “잘먹고 잘쌓자”라는 문구를 적은 광고 이미지를 게재했다. 특히 “잘먹고 잘쌓자”는 문구는 배달의 민족 광고 문구를 겨냥함과 동시에 배달통 고유의 포인트 적립제도를 알린 것으로, 이를 통해 큰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광고는 이처럼 재미있게 브랜드를 각인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비교광고를 시행한 곳과 비교광고를 위해 소환당한 경쟁 브랜드 모두를 화제에 올리는 ‘윈-윈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친 비교광고는 자칫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 자사 LTE 서비스를 홍보하는 TV 광고에서 이를 ‘100% LTE’라고 소개하며 경쟁사인 SK텔레콤의 LTE서비스를 ‘3G섞인 LTE’라고 지적했다. ‘속터진다’, ‘안괜찮다’ 등 부정적인 뉘앙스의 문구를 동원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응해 LG유플러스의 광고 문구인 ‘100% LTE’를 자사 광고에 그대로 사용한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방용품 제조업체 락앤락이 공정위로부터 비교광고에 대한 시정 명령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제가 된 락앤락의 광고는 경쟁사인 글라스락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열 충격 비교 실험을 하며 “높은 온도에서 혹은 갑자기 차가운 부분에 닿으면 깨지거나 폭발하는 위험천만한 강화유리 용기”라는 멘트를 삽입한 것이다. 글라스락은 강화유리로 된 밀폐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해당 실험 영상은 강화유리에 불리하게 조작된 환경 하에서 제작됐으며, 강화유리는 규정만 충족한다면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식이 정정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락앤락은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교광고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진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억되기도 쉽고, 그로 인한 파급력도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강력한 경쟁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위험성이 따르더라도 이 같은 기법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grl8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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