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무기를 페인트로 도장하는 업무를 장기간 하다 폐에 악성종양이 생겼다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육군 특수무기정비단에서 정비와 도장 업무를 해온 박모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페인트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도장하는 업무를 하면서 발암물질에 직접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크롬이 함유된 페인트 분진이 날리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여러 의학적 보고와 연구들이 축적돼 있다”고 판시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도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크롬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고, 방독마스크 등 보호구가 갖춰지지 않은 작업환경에서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박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공무원연금공단은 “박씨의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공무로 인한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의료진은 박씨 손을 들어줬다.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박씨가 폐암 발암물질인 크롬과 벤젠 등에 8년6개월간 노출됐다”며 “박씨의 질병이 업무와 관련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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