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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아이가 쓴 일기가 영국 사회를 울리고 있다. 2013년 8월 영국 런던 근교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예사 알리(여·사진)는 친엄마 커플의 고문에 가까운 구타 및 학대를 오직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아예샤는 죽기 전 쓴 일기에 이같은 내용과 함께 해야 할 착한 일로 제 시간에 샌드위치 먹기, 물건 제자리 놓기 등을, 나쁜 일로는 거짓말하기, 소란피우기를 적어놓았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둘은 2007년 잉글랜드 동남부 일포드에서 이웃으로 만났다. 무다르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속이며 초우더리에게 접근했다. 무다르에게 빠진 초우더리는 남편과 헤어진 뒤 딸을 데리고 런던 외곽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초우더리는 광기에 가까운 무다르의 집착에 조금씩 이성을 잃어갔다. 무다르는 아예샤 때문에 초우더리와 헤어질 것을 우려해 “당신 딸 몸 속에는 나쁜 피가 흐른다”며 “악마를 쫓아내려면 매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무다르가 다른 친구에게 “아예샤는 마녀다. 내가 반드시 그×을 욕조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말한 전화통화 녹음이 공개됐다. 또 무다르가 “당신은 사악한 딸을 사랑하거나 예뻐할 권리가 없다”며 초우더리에게 보낸 문자 4만여건과 페이스북 게시글 등 14만건 이상의 글이 증거물로 제출됐다.
아예샤는 이들 커플이 집을 비운 사이 침실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직접 사인은 뇌진탕이었고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죽은 아이를 처음 발견해 신고한 무다르는 경찰에 “초우더리가 흉기로 손목을 그어 응급실에 다녀와보니 팬티만 입은 아예샤가 침대 옆에 죽어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제 나와 아예샤의 생명을 거두려 한다’는 초우더리의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영국 사회는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주민은 일간 인디펜던트에 “아예샤는 몹시 사랑스럽고 똑똑했던 아이”라며 “나쁜 어른들 때문에 그 착한 아이가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 너무나 애통하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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