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범인 김기종(55)씨의 행동을 규탄하면서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김씨의 범행을 ‘과대망상에서 비롯된 극단적 행동’으로 설명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과 관련, 보수(위쪽 사진)·진보단체 회원들이 각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광화문광장 앞에서 한목소리로 테러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연합뉴스 |
이날 오전 TV 뉴스로 리퍼트 대사 피습 소식을 접한 주부 윤모(55·여)씨는 “외교사절을 흉기로 공격해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 몹시 놀랐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수치심이 들었고, 세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모(56·자영업)씨는 “‘전쟁에 반대한다’면서 흉기로 외교사절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김씨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이성적으로 인식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데 실패해 시대착오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리퍼트 대사 피습 관련 속보기사가 뜰 때마다 ‘죄송합니다’ ‘폭력행위와 테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쾌유를 빕니다’ 등 사과와 우려를 표하는 네티즌의 댓글이 이어졌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종북인사’ 김기종(55)씨에게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평소 진보와 보수로 갈려 다른 목소리를 냈던 시민단체들도 이날만큼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목소리로 김씨의 행동을 규탄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한 외교사절인 리퍼트 대사에게 폭력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아무리 사회가 소통이 안 돼 불만이 쌓여 있다고 해도 이러한 폭력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대표이면서 민화협 회원인 김씨가 성공회대에서 10년간 교양학부 강사로 대학생들을 가르쳐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사정당국이 상식과 국격을 무너뜨린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엄정하게 처벌해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이 국제사회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한 김기종씨가 5일 범행 현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강연장에서 붙잡한 뒤 경찰차로 끌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
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김씨의 범행을 “현재 한국의 상황을 국권이 뺏긴 것처럼 극단적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을 독립투사와 동일시하고 과격한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씨가 외부와 소통 없이 스스로 폭력행위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부여하고, 주변이 알아주지 않자 돌출적인 행동을 통해서 인정받으려는 것”이라며 “자기 혼자 생각하고 사명감을 갖는 것은 사상의 자유지만 이를 흉기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실행하려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자기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벌이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범행이 되레 이념 논쟁과 국론 분열을 야기시켜 부정적인 여파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와 행사 주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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