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건축사인지라 영화를 보면 배우들이 움직이는 공간의 건축물을 눈여겨보게 된다. 다른 관객은 무심히 보아 넘기는데도 부실하게 지어진 세트를 발견하면 혼자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모든 영화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건축적인 요소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 때문에 영화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영화를 통해 많은 건축물을 본다. 영화에 촬영된 건축물은 세월이 흐른 뒤에 그 시절을 보여주는 기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영수 건축사 |
영화제의 노력과 성과는 회를 거듭하면서 커져 지난해 10월 열린 제6회 서울 국제건축영화제에서는 12개국 21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제는 세계 어느 나라 건축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문화행사이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건축 관련 영화제이다. 세계 건축계에 한국 건축사의 창조성과 저력을 보여줄 좋은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한다. 201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건축사연맹(UIA) 세계건축대회와 때를 맞추어 서울 국제건축영화제가 열린다면 분명 전 세계 건축사를 매료시키는 매우 비중 있는 행사로 한국 건축계를 빛내게 될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2014년 누적 영화 관객 수는 총 2억1339만6063명이라고 한다. 영화를 볼 수 없는 어린아이를 제외하면 국민 한 명이 다섯 편 이상의 영화를 보았다고 추측된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늦가을 즈음에 서울 국제건축영화제가 열릴 것이다. 건축영화제에서 건축사와 대화를 나눈 뒤 영화 한 편을 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많은 분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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