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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건축이야기] 건축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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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0 21:35:19 수정 : 2015-03-10 21: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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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모처럼 시간을 내 ‘국제시장’이 상영 중인 영화관을 찾았다. 1400만 명이나 본 영화인데 여태 못 보고 있다고 아내가 하도 성화를 해 마지못해 따라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고, 옛날 생각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내의 손을 찾아 꼭 잡았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손을 잡고 스크린을 보고 있으려니 결혼 전 두근거리며 데이트하던 생각도 나고, 그 시절 청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직업이 건축사인지라 영화를 보면 배우들이 움직이는 공간의 건축물을 눈여겨보게 된다. 다른 관객은 무심히 보아 넘기는데도 부실하게 지어진 세트를 발견하면 혼자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모든 영화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건축적인 요소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 때문에 영화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영화를 통해 많은 건축물을 본다. 영화에 촬영된 건축물은 세월이 흐른 뒤에 그 시절을 보여주는 기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영수 건축사
매년 ‘건축의 숨결로 영화를 가다듬고 영화의 빛으로 건축을 밝힌다’는 슬로건으로 서울 국제건축영화제가 개최된다. 2006년부터 건축사가 만드는 영화제로 오랜 준비 끝에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제1회 서울 국제건축영화제를 개최한 것은 2009년 11월의 일이다. 1회 영화제의 주제는 ‘건축사’였고 개막작은 루이칸의 일대기를 조명한 영화 ‘My Architect’였다. 처음 시도되는 건축영화제에 대한 언론과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국의 모든 극장 중 주말 예매율 10위를 달성했으며, 주말에는 연속매진을 이어나갔다. 각 영화가 끝난 후에는 유명 건축사를 초청해 작품을 설명하고 관객과 대화하는 HAF(Host Architect Forum) 및 영화와 예술계 인사를 초청한 후 대담하는 GV(Guest Visit) 프로그램을 진행해 건축사와 국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도 했다.

영화제의 노력과 성과는 회를 거듭하면서 커져 지난해 10월 열린 제6회 서울 국제건축영화제에서는 12개국 21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제는 세계 어느 나라 건축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문화행사이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건축 관련 영화제이다. 세계 건축계에 한국 건축사의 창조성과 저력을 보여줄 좋은 문화콘텐츠라고 생각한다. 201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건축사연맹(UIA) 세계건축대회와 때를 맞추어 서울 국제건축영화제가 열린다면 분명 전 세계 건축사를 매료시키는 매우 비중 있는 행사로 한국 건축계를 빛내게 될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2014년 누적 영화 관객 수는 총 2억1339만6063명이라고 한다. 영화를 볼 수 없는 어린아이를 제외하면 국민 한 명이 다섯 편 이상의 영화를 보았다고 추측된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늦가을 즈음에 서울 국제건축영화제가 열릴 것이다. 건축영화제에서 건축사와 대화를 나눈 뒤 영화 한 편을 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많은 분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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