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사드가 현안으로 등장한 것은 1년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해왔다. 한·미동맹 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면서 중국은 급기야 “한·중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류 부장조리가 어제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말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3노(NO)”를 말했다. 미국의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으니 결정된 바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부지 조사를 했다는 미국 쪽 언급은 사태를 꼬이게 하고 있다.
AIIB 갈등도 전면화하고 있다.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국제금융기구다. 본격 가동되면 아시아의 경제 주도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구애를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가 AIIB에 참여해주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참가 결정을 더 늦추기도 힘들다. AIIB는 2013년 10월 시 주석이 공식 제안한 것으로 올해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달 말로 참가 신청이 마감된다. 지금까지 영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2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영국에 이어 호주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마당이니 미국으로서는 큰 충격을 받았음직하다.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처지에 놓여 있다. 근본을 돌아봐야 한다.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잣대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놓고 보면 사드는 도입해야 한다. 아시아 경제의 중심에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AIIB에도 참가해야 한다. 사드는 국가안보 논리로, AIIB는경제 논리로 돌파해야 한다. 더 이상 끌려다니면 곤란하다. 미국과 중국을 적극 설득해 우리의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익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중요한 외교적 현안일수록 국익을 돌아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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