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론]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결실 맺으려면

관련이슈 시론

입력 : 2015-03-24 21:02:14 수정 : 2015-03-24 21:02: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안보·경제 고려한 냉정한 외교 필요
과거사 넘어 정상회담 불씨 살려야
지난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2012년 이후 중단된 3국 정상회의의 재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점만으로도 이번 외교장관 회의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리고 각 나라의 발전을 위해 3국이 함께 가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과거사와 영토문제,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아시아 질서변화 등 동북아 3국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외교장관들이 합의한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인가. 과거사와 영토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볼 때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갈라서고 여기에 미국까지 일본 편에 가세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3국 정상회의의 불씨를 살려 나가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역사문제에 관한 한 아베 총리의 일본은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위시한 군국주의 일본의 잘못은 부정하거나 덮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20년의 경기침체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초조함이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아베 총리와 같은 우파 민족주의 노선에 지지를 보내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깊어가는 패권경쟁이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일본 우익의 역사수정주의를 지지해서는 동아시아의 역사전쟁과 이와 연루된 지정학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의 국제관계에서는 항상 진실만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진실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과정에 많은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다. 그래서 외교는 거짓과 진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한·일관계에 관한 한 이러한 이분법적 태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본의 지도자들이 일제 침략의 과거를 부정하거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마다 민족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한·일 정상회담 후에 종종 역풍을 맞았다.

그러면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역사문제에 매몰돼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방치할 것인가.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의 관점에서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 일본과 중국이,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역사문제는 우리를 중국 편에 서게 만든다. 그런데 이것이 역사문제를 넘어 안보나 경제, 문화교류 문제로까지 확대되면 우리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아베 총리가 밉더라도 일본 국민들 사이에 혐한 감정이 확산되면 우리에게 손해다. 미국의 일부 인사들이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을 규탄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중국 편에 섰다는 인식이 미국 정치권에 확산되면 곤란하다.

3년 만에 개최된 3국 외교장관 회의가 만든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유리하다. 물론 다음 달에 있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연설이나 8월에 있을 담화가 3국 정상회의 재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의를 역사문제와 분리해 추진하려는 시도는 박수받을 만하다. 또한 미국 주도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과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가입 양쪽 모두를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잘하고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아시아에 형성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시장의 활용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일본과의 역사문제나 미·중 간의 경쟁구도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대한민국 외교가 여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사회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혜빈 '매력적인 미소'
  • 전혜빈 '매력적인 미소'
  • 혜리 '겨울 여신 등장'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